전직 경남도지사이자 현재는 경기 김포 갑 선거구 국회의원인 김두관(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남 차출론이 화제다. 민홍철(국회의원·김해 갑)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경남·부산·울산 지역 총선판을 이끌 구심으로 김 의원을 택하고, 불출마를 선언한 서형수 의원 지역구인 양산 을 등에 배치를 한다는 게 요지다.

김 의원이 "김포는 제가 가장 어려울 때 따뜻하게 안아준 곳이다. 경남·부산 유권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공식 거부하면서 수면으로 가라앉았지만, 선거 판세에 따라 지도부가 또 어떤 선택 내지 압박을 할지 모르는 일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중진 용퇴론 또는 험지 출마론이 대세이니, 비록 초선이지만 무게감이 남다른 김 의원에게 당을 위한 희생을 말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험지 출마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며 고향 출마를 못 박은 홍준표·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추한 행보와 대조를 이루어, 김 의원의 양산행은 얼핏 '아름다운 그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가혹하다. 김 의원은 지난 1988년 남해·하동(현 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이후, 보수세력이 압도적 우위를 보여온 험지 중의 험지인 경남에서 20년 넘게 정치를 해온 인물이다. 남해군수에 2번 당선되긴 했으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총 3번,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총 2번을 떨어졌다. 2012년 경남지사 사퇴 및 대선 출마 이후 정착한 김포도 험지나 다름없었다. 그 자신 말처럼 아무 연고도 없는 곳이었을 뿐만 아니라, 김 의원이 당선된 2016년 20대 총선 전까지 17·18·19대 모두 현 자유한국당 계열 정치인이 석권을 했다.

이 정도 고생을 한 정치인이면 그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게 옳다. 양산 을 현역(서형수)이 민주당 소속이고 문재인 대통령 사저도 있다지만, 도지사 중도 사퇴에 대한 지역 여론 등을 감안하면 그의 역할은 1회용 불쏘시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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