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채, 상황에 따라 순기능도
적기에 활용해 경제 단비 삼길

어릴 적 우리 부모님은 참으로 억척스럽게 사셨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식들 밥은 굶기지 않으려 하셨고, 최소한 빚을 물려주지 않으려 아등바등 살아오신 부모님이었다. 그만큼 우리는 빚에 인색하다.

가계경제에서 돈이 부족하면 씀씀이를 줄인다. 당연한 이치다.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이 일하거나 비용을 절약하고, 이로써도 부족하다면 빚을 내어 충당한다. 지방자치단체 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도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면 '지방채'란 이름의 빚을 내게 된다.

9조 4747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자 최대 증가율(전년 대비 14.8%, 1조 2180억 원)을 보인 2020년도 경남도 예산안은 2570억 원의 지방채 발행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경상남도의회 <정책프리즘>에 따르면, 경남도가 2035년까지 상환해야 할 총액은 이자를 포함하여 약 5434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경남도가 향후 지방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16년 동안 연평균 상환액(이자 포함)은 319억 원 규모이다.

지방채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두고 있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긍정적인 측면이, 상황에 따라서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될 수 있다.

재정이 풍족해 빚이 없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으나, 한정된 재원을 운용하면서 경기침체 등 유동적인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의 뉴딜정책 성과에 대해 오늘날에도 많은 논란은 있으나, 루스벨트 대통령은 적자공채를 발행하면서까지 대규모 공공사업을 벌임으로써 유효수요를 인위적으로 창출해 경기를 부양했던 사례도 있다.

반면, 한때 탄광·관광도시였던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는 무리한 관광사업 투자실패로 일본 지방자치단체 처음으로 2007년 파산 신청하였다. 한때 10만 명 넘던 인구는 8000여 명으로 급감했고, 공무원 감축, 임금 삭감과 함께 지방세는 3배 이상 인상되었다. 2027년까지 파산 부채 535억 엔(약 3795억 원)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행정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경기도 성남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이후 지방자치단체 재정 상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재정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경남도의 채무 비율은 4.62%로 여전히 전국 최저수준이다. 하지만, 복지예산 등 지출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중앙정부는 일자리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확장정책을 펴고 있다. 국비 사업 매칭비 부담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올해 경남도의 세수 전망 또한 녹록지 않다.

경기회복만을 기다릴 수 없다. 재정수입 또는 지출 증감액에 대한 추계자료, 이에 상응하는 재원 조달방안을 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이른바 'PAY-GO 준칙'을 강화하고 제도화하는 등 건전한 수준의 채무를 관리하기 위한 후속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

현시점에서 지방채 발행에 대한 평가는 소모적 논란에 불과할 수 있다. 지방채 발행으로 경남경제가 다시 도약하는 발판이 마련된다면 후세에 박수받을 것이다. 그와 반대로 미래세대에 과도한 빚만 물려주게 돼 손가락질받게 될 수도 있다. 2020년 경남도 지방채가 적기에 내려진 단비 같은 재원이 되어 민생경제를 살리는 신호탄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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