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 고용에 과집중
생활안정 지원 방안 필요

한국사회가 청년을 '5포 세대'라 명명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청년정책과 청년 담론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연애, 결혼, 출산, 주거, 인간관계 등을 포기해야 하는 청년들의 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출산, 혼인율 감소 등으로 인구가 급격하게 주는 이른바 '인구 절벽 시대'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대학은 과연 자신의 생존과 지역 혁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지난 10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0 경남 사회혁신 국제포럼 청년 세션('청년과 지역의 미래')과 대학 세션(지역의 혁신전환에서 대학의 역할)에서 나온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청년 일자리 늘리기 정책 물음표 = 청년 세션에 토론자로 참여한 김유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청년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 물음표를 던졌다.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이 더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생활안정'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의 말이다.

"과거보다는 청년들의 생활양식(라이프스타일) 지향이 더 다양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공무원이 되지 못하면 패배자 또는 낙오자라는 사회적 압박이 작용한다. 정부에서 혁신도시를 추진하면서 공기업 본사가 지역으로 이전했지만, 대기업 연구원이나 본사 시설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사정이 이러니 공무원 준비는 서울 노량진, 신림동에서 한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업을 얻지 못하면) 생활수준도 훨씬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청년이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엔 청년들의 삶 안정이 담보되어야 자유로운 선택 보장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는 청년들의 위험(리스크)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했다. 기본소득이란, 국가가 모든 구성원에게 정기적·보편적·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핀란드가 전 세계 최초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2017년 1월부터 시행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본소득 외에도 사회활동 수당 등 청년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부담을 '사회적 합의'로 함께 나누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9∼10일 열린 경남 사회혁신 국제포럼 모습. /김구연 기자
▲ 9∼10일 열린 경남 사회혁신 국제포럼 모습. /김구연 기자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청년들이 떠나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오히려 지역에 있는 청년들이 공부와 여행을 떠나도록 하는 걸 장려해야 하지 않을까. 이들을 붙잡기보다는 청년들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왔을 때 잘 받아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지역이 청년을 강조하지만, '청년 유턴족'이 왔을 때 정작 이들의 창업을 돕고, 사람을 연결하는 마중물 역할을 못하는 것 같다. 지역에서 청년들이 돌아왔을 때 역할을 제대로 해줄 때 거기서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남해군 두모마을에서 청년마을 '팜프라촌'을 기획·운영하고 있는 유지황 대표는 "청년을 덩어리(세대)가 아닌 동등한 한 구성원으로 봐 달라"고 했다.

"청년에 대한 정의는 누가 하는가. '무슨 세대'로 불리는 거 불편하다. 한 세대가 다른 세대를 제대로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청년 관련 지원 정책에 공모해보면 '불신'에 기반을 둬 질문을 한다."

한편 이날 청년 세션에서는 야마자키 미츠히로 전 포틀랜드시 컨설턴트가 '포틀랜드-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한 미래세대와 지역 활성화'를, 황런쯔 대만 농촌발전기금 주임이 '대만의 지방창생 국가전략계획 하에서 청년을 통한 농촌재생전략'을 발표했다.

◇"지역과 대학의 잠재력 충분히 고려" = 이병민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지역 혁신전환에서 대학의 구체적인 역할과 고려사항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혁신적인 요소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라고 물은 뒤 "지역의 혁신성을 창출하려면 풀(Pull) 요소를 극대화하고 푸시(Push) 요소의 약점을 개선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문제점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차원의 접근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며 "교육, 기업과 직원복지, 문화향유, 혁신환경 조성 등 다양한 목표들이 지역에 가장 적합하게 녹아들어갈 수 있을지 연결해주는 컨설팅과 연구,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거버넌스와 자치단체-대학-중간지원조직의 관계망 형성이 필요하다고도 짚었다.

그는 "현실적으로는 지역(광역·기초지자체와의 관계)과 중간지원조직의 관계망을 어떻게 형성하고, 지원조직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느냐 여부에 따라 대학의 참여와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며 "많은 기초지자체가 관련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전문적인 지원조직이 부재하면 대학이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혁신체계에 참여하고, 어떻게 사업을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혁신을 위한 기업가적 발견과정의 구축이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종합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를 염두에 둔 융합형 시스템의 연계를 충분히 고려한 지역혁신의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목표의 설정이 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의 토론에 앞서 이종호 경상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지역혁신을 위한 한국대학의 패러다임 전환-동향과 사례'를, 정진규 미국 워싱턴대학 학제간 문리대 교수가 '미국 도심쇠퇴지역재생과 대학교육혁신-워싱턴대학 사례'를 발표했다. 또 사무라 마키 일본 요코하마국립대 지역실천교육연구센터 교수는 '지역사회연계 대학교육을 통한 지역혁신: 요코하마국립대학 사례'를 소개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