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작가
이번엔 유명 문학작품 배경 속으로

"선배가 유명해진 게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쓴 것 때문이었죠."

지난해 말 즈음 진주 소소책방 조경국(46) 대표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김남희(49) 여행 작가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한창 세계 여행을 하던 2012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가려고 참고한 책 중에 그가 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스페인 산티아고 편>(미래 M&B, 2006년)이 있었다.

그런데 왜 김남희 작가가 조 대표의 선배인 걸까. 조 대표가 <오마이뉴스>에 잠깐 몸을 담았을 때 김 작가가 한창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누나라고 하긴 그렇고, 선배라고 정리를 했다. 이 즈음 나온 책이 그의 첫 번째 책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1 -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국토종주 편>(미래 M&B, 2004년)이다.

▲ 〈 여행할 땐, 책 〉김남희 지음
▲ 〈 여행할 땐, 책 〉김남희 지음

이렇게 인연이 엮이고 연결되면서 최근 지인이 내게 건넨 책이 <여행할 땐, 책>(수오서재, 2019년 11월)이다. 김남희 작가가 여행지에 가져가서 읽은 책이나 여행지로 떠난 계기가 된 책에 대한 글들이 담겼다. 그런데 읽을수록 '이건 차라리 풍경에 대한 책이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 여행자인 작가에게는 책을 읽는다는 게 어떤 풍경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두 번의 계절이 지나간 후 나는 소설의 배경이 된 가루이자와를 찾아가 이 소설을 다시 읽었다. 끝 부분부터 타들어가듯 붉어지는 단풍나무가 굽어보는 사와무라 카페의 정원에서, 존 레논이 자전거를 타고 와 바게트를 사가곤 했다는 프렌치 베이커리의 창가에서 소설을 읽어나갔다." (38쪽, 일본 가루이자와)

2012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한 달을 머물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숙소에서 우연히 집어든 주제 사라마구의 <수도원의 비망록>. 작가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이 작품은 역사상 가장 많은 황금이 리스본으로 들어오던 대항해 시대 리스본 거리가 배경이다. 책을 읽다가 눈이 아프면 곧장 거리로 나가 소설 속 인물들이 걸었던 길들을 하릴없이 돌아다녔었다. 마침 <여행할 땐, 책>에도 리스본 이야기가 있다. 작가가 <리스본행 야간열차>(파스칼 메르시어, 들녘, 2007년)를 읽고 문득 리스본으로 날아가 거리를 돌아다녔다는 내용이다.

"나는 낮이면 아마데우의 집과 병원이 있던 곳으로 묘사된 바이루 알투 언덕을 거닐고, 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고 했던 아우구스타 대로를 기웃거렸다. (중략) 도시에 어둠이 내리면 산타 주스타 타워에 올라 테주강과 주홍색 기와지붕들 너머로 해지는 모습을 바라본 후 구슬픈 파두의 선율이 흘러나오는 알파마 지구로 향했다." (71쪽, 포르투갈 리스본)

이런 식으로 작가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흔적을 쫓아 그리스 크레타섬을 찾고, 네팔 히말라야에 머물며 산악인이자 작가인 존 크라카우어의 <희박한 공기 속으로>와 <인투 더 와일드>를 탐독한다. 결과적으로 그가 어떤 여행자인지, 어떤 방식의 여행을 즐기는지는 다음 문장에 잘 나와 있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 압도적인 건축물을 많이 만났다. 때로는 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여겨졌던 건축물들이었다. (중략) 그런 거대한 건축은 잠시 강렬하게 나를 뒤흔들었지만 결국 내 마음이 오래 가닿는 곳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일상으로 영위하며 살아가는 공간이었다. 주인의 개성이 슬며시 드러나는 동네의 오래된 카페, 대문 앞에 비질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는 낡은 집,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지은 작은 교회 같은, 세월과 더불어 낡아가는 공간 속에는 깃들어 살아온 사람들의 숨결도 녹아 있었다." (41쪽, 일본 가루이자와)

어느 이국의 낯선 골목, 낡은 작은 카페에 스며든 작가를 상상해 본다. 아마 책을 읽다 문득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 그곳 사람들의 일상을 가만히 지켜볼 것이다. 그 풍경 안에서 만날지도 모르는 새로운 것들을 기대하며 작가는 여전히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했던가. 수오서재 펴냄. 252쪽. 1만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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