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악·잔인한 옛 정권 떠올리면 끔찍해
한국당 턱도 없는 좌파독재 타령 그만

박정희 철권통치 19년째인 1979년 설날 저녁. 열두 살 많은 큰형이 닫힌 방문을 한 번 더 닫고 창문에 커튼을 치고 부엌문까지 여몄다. 큰형은 한껏 소리를 낮추어 퇴직공무원이던 아버지와 얘기를 주고받았다. 읍내 누가 박통 싫은 소리하고 누가 서정쇄신 불평했다가 쥐도새도 모르게 끌려갔다더라, 누구는 펜치로 생니를 뽑히고 누구는 니퍼로 발톱을 뽑혔다더라…. 큰형은 열일곱 살인 나에게 엄한 표정으로 "어데 가서 말하믄 큰일난데이!" 단단히 일렀더랬다.

전두환 철권통치 6년째인 1985년 7월 4일. 고향 집에서 아침밥상을 앞에 두고 경찰에 붙잡혔다. 어디로 왜 끌려가는지 모른 채 수갑을 찼고 어머니 아버지는 황망하여 언덕에 서 계시기만 하였다. 뒷좌석 가운데서 머리가 눌러진 채 경찰차에 실려가면서도 놀라운 경험을 했다. 그들은 차가 막히면 욕설을 내뱉어 길을 열었다. 항의하는 기척은 없었지만 쳐다보는 눈길은 있었는지 "뭘 봐! 이 새끼야!!" 소리가 들렸다. 경찰서에 팽개쳐지자 그들은 차고 때리고 짓밟았다.

당시는 모든 것이 그로테스크했다. 1979년 가을 야당 총재 김영삼이 국회에서 제명되었다. <뉴욕타임스>에 미국은 박정희를 지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는 이유였다. 1986년에는 야당 국회의원 유성환이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라는 국회 발언으로 구속되었다. 그로테스크는 국회 바깥에도 있었다. 박정희는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하자 평화통일을 표방하는 <민족일보>에 조총련 자금을 받았다는 거짓을 뒤집어씌웠다. 그해 2월 창간한 이 신생 언론은 5월 폐간되었고 조용수 사장은 12월 사형을 당했다.

박정희·전두환정권은 이처럼 포악하고 잔인했다. 이런 정도는 되어야 독재다. 문재인정부는 이런 독재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정부조직의 일부인 검찰로부터도 끊임없이 시달리는 허약한 정권이다. 법원 또한 옛날에는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해대더니 요즘은 때로는 법리에도 안 맞는 판결을 잘도 때린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독재 타도를 외치고 조선일보는 한껏 동조·고무한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전두환 정권보다 더하다"고 했다. 전두환보다 더하다고? 전두환만큼만 하자. 심 원내대표는 유성환과 마찬가지로 바로 구속이다. 황교안 당대표는 "좌파독재가 폭정과 무능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짓밟는다"고 했다. 자기가 모신 전직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는 유신헌법을 비판만 해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여 군사법정에 세웠다. 황 대표는 열 번 구속되고도 남고 당대표 자리는 일찌감치 날아갔다. 조선일보는 검찰 인사를 두고 독재국가·대학살·민주주의 위기라는 낱말을 지면에 실었다. 이에 걸맞은 사건은 현대사에서 민족일보 조용수 사태다. 조선일보는 벌써 폐간되었어야 맞고 방상훈 사장 또한 최소 징역 10년은 살아야 마땅하다.

뒤집어 보자면 이렇다는 얘기다. 지금이 독재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제발 터무니없는 독재 타령 그만 좀 하자. 옛날 그 끔찍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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