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는 내렸다. 출근해 노트북을 켜니 부고가 떴다. 의식 없이 병원에 누워있다는 그 선배 이야기를 전해 들은 건 두 달 전쯤이다. 평소 자전거를 타며 열심히 운동하던 그가 쓰러졌다는 소식은 믿기지 않았다.

빈소는 북적였다. 같은 직장, 동문, 취재 현장에서 만났거나 이런저런 끈으로 이어진 이들은 안타까워했다. 허한 속에 소주를 계속 털어 넣었다. 오십 중반에 생을 마감한 고인과 남은 가족들에 대한 연민, 남 일이 아니라는 불안감, 언론환경에 대한 자괴감이 뒤섞였다.

나오면서 고인의 큰아들 얼굴을 한참 동안 쓰다듬었다. 아버지를 쏙 빼닮은 분신을 붙잡고. 그날 겨울비는 멈추지 않았다.

# 3년 동안 커진 덩치만큼 아이들 교복은 꽉 끼었다.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는 1월에 졸업식을 하고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체육관 행사라 옛날처럼 운동장에서 오랫동안 떨지 않아 다행이었다. 자손이 귀한 시대라 조부모들도 많았다.

졸업식은 아이들이 짠 공연으로 시작했다. 졸업반별 뮤직비디오 영상, 축하 노래공연이 이어졌다. 가수 중에서 변성기를 넘지 못한 돼지 멱따는 소리에 하객들은 더 즐거웠다.

시상식에서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품행이 방정한' 문구는 빠지지 않았지만 달랐다. 동기들이 추천한 우정상이라는 뜻깊은 시상도 있었다. 예전같이 일장 훈시를 늘어놓는 연사는 없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에게 3년 뒤에 만나자고 약속했다. 본격적인 입시지옥 문 앞에 선 아이들은 무덤덤했다.

지난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있었던 두 장면이다. 연초를 지나며 생각했다. 고딩이 될 아이들은 졸업을 자축하며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다. 졸업공연 제목처럼 죽음도 마찬가지일까. 그렇게 위안 삼아도 될까. 생을 마감한 아버지에 이어 아들은 새로운 세대를 열어가고, 떠난 선배를 생각하며 후배는 달려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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