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산에서 있은 조카 결혼식에 갔다 오는 길이었다. 시외버스 정류장 광장에서 60대 초로(初老)의 남자가 "장남이 기업체에서 야간 근무 중 의문사했다. 너무 억울해서 1인 시위를 한다"고 했다. 시위자에 의하면, 아침밥 잘 먹고 나간 아들이 갑자기 쓰러진 것을 지병에 의한 병사라고 했다고 한다. 각계각층에 하소연한 지 2년이 흘러도 누구 하나 답변이 없어 한겨울에 1인 시위를 한다고 했다.

요즘 세상에 소수의 의견, 1인 시위라고 해서 무시되거나 말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극단론에 다수가 무비판적이며 획일적으로 싸잡아 무시해 넘겨서도 안 되고, 다수라고 해서 검증 없이 횡포를 한다든가 사안이 옳다고 단정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보다 앞서 할 일은 소수 의견에 대한 다수의 명료한 조명이 필요하다. 소수 의견의 논리적 정당성은 무엇인가? 아니면 문제에 대한 부당한 논리가 나오게 된 근거는 무엇인가? 구호와 맹종, 무시와 말살이라는 상반된 부분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소수 의견의 정당성은 다수 합의로 발전하고, 그 부당성은 합리적으로 도태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소수 의견이 다수의 바람에 의해 사라진 적도 많았고, 부당한 다수 의견이 정당성 없이 다수라는 미명 아래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연말 민주주의 전당인 국회에서 벌어진 추태 등 지금 우리 사회에서 크게 이슈화되는 복잡한 정치 문제, 이념 문제 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우리 사회는 노동계·시민사회계·공무원사회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힘과 권력이 있는 다수가 기득권을 두고, 의견과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세력화하여 소수를 짓밟고 전체 의견이라고 횡포를 부리는 경우라든가, 자기 의견과 상치된다고 진실 유무와 관계없이 한 패거리가 되어 융단 폭격을 가하는 경우도 많다.

요즘 회자되는 정치문제에 대해서도 매주 모이는 군중 수를 두고 진위를 갈라놓는 경향이 있다. 이젠 우리 사회도 참가자 수나 세(勢)를 가지고 민심 향방을 가름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바른 민주주의는 획일화도 아니고 다수라는 바람도 아닌, 합리적인 사고와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역사의 냉정한 판단과 올바른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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