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뫼의 눈물'로 잘 알려진 스웨덴의 말뫼, 첨단도시의 대명사가 된 미국 포틀랜드, 유럽 최고의 문화도시로 성장한 스페인 빌바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주력 산업이 쇠퇴하면서 큰 위기를 겪다가 새로운 도시 먹거리를 찾는 데 성공해 다시 활력이 넘치는 도시가 됐다는 점이다.

산업과 고용 위기, 고령화와 수도권 인구유출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경남도가 이들 도시를 사회혁신으로 살려낸 행정가들의 경험을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9일 창원컨벤션에서 열린 '2020 경남 사회혁신 국제포럼'은 '우리는 더 나은 길로 간다·산업위기 지역의 지속 가능한 전환전략'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일마 리팔루 전 스페인 말뫼 시장, 새뮤얼 애덤스 전 미국 포틀랜드 시장, 고초네 사가르뒤 스페인 빌바오 부시장이 밝힌 각각의 도시재생 전략을 소개한다.

 

▲ 9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0 경남 사회혁신 국제포럼에서 일마 리팔루(Ilmar Reepalu) 전 스웨덴 말뫼 시장이 강연하고 있다. 경남도, 한국토지주택공사, LAB 2050, 경남연구원, 경상대, 창원대, 경남과기대, 경남대, 인제대가 공동 주최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9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0 경남 사회혁신 국제포럼에서 일마 리팔루(Ilmar Reepalu) 전 스웨덴 말뫼 시장이 강연하고 있다. 경남도, 한국토지주택공사, LAB 2050, 경남연구원, 경상대, 창원대, 경남과기대, 경남대, 인제대가 공동 주최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친환경 생태도시 전환 스웨덴 말뫼 = 리팔루 전 시장은 건축가이자 토목공학자 출신으로 1994년부터 2013년까지 19년간 말뫼 시장으로 재임했다. 그는 조선업으로 호황을 누리던 말뫼가 위기를 극복하고 친환경 생태도시로 전환된 과정을 설명했다.

1800년 역사를 지닌 말뫼는 스웨덴에서 가장 성공적인 산업도시였지만, 경제적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5년 만에 2만 8000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아픔을 겪었다.

한때 90%를 웃돌던 고용률이 22%까지 떨어지고, 세계적인 코쿰스 조선소가 파산하며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도시를 바꾸고자 말뫼와 코펜하겐을 연결하는 7845m 길이의 다리를 놓고, 냉난방을 위한 태양열 건물을 지었다. 2000년 당시 재활용과 매립 비율이 절반쯤으로 비슷했지만, 지금은 전체 쓰레기의 1.9%만이 매립장으로 가고, 나머지는 리사이클되고 있다.

리팔루 전 시장은 대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 대학을 외곽에 두고 있지만, 말뫼는 시내 중앙에 대학을 설립해 인재 유치에 성공했고 이를 통해 도시를 젊은 이미지로 바꿀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이라는 이케아 매장이 들어서고, 2009년 올해의 성장(成長) 지방자치단체 수상과 유엔 해비타트상 수상 등의 성과도 이어졌다.

리팔루 전 시장은 "말뫼의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들의 참여였다"면서 "기후변화 등 사회적으로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 빈부 격차를 줄이는 등의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 새뮤얼 애덤스(Samuel Adams) 전 미국 포틀랜드 시장 모습. /김구연 기자
▲ 새뮤얼 애덤스(Samuel Adams) 전 미국 포틀랜드 시장 모습. /김구연 기자

◇첨단도시 대명사 미국 포틀랜드 = 미국 포틀랜드는 전통 산업인 목재, 어업, 농업이 쇠퇴하자 하이테크 산업으로 전환한 도시다. 1980년대 성황을 이뤘던 농업과 천연자원이 자동화와 어류 남획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1990년대 '실리콘 포레스트'라는 기치 아래 경제적인 도전을 시도했지만, 2008년 12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며 2만 50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물가가 상승하는 등의 어려움에 부닥쳤다.

새뮤얼 애덤스 전 미국 포틀랜드 시장은 "도시가 쇠락하고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기준선을 정립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부뿐 아니라 시민단체, 기업, 노동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전국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했던 포틀랜드는 26개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로드맵을 수립하고 13개 산업을 표적산업으로 정하고 행동에 나섰다. 수출 기업에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산업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도시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포틀랜드는 자연과 도시를 아우르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스포츠웨어와 아웃도어 산업을 육성했고, 지금은 미국 내에서도 친환경 녹색도시로 명성을 구가하고 있다.

또, 친환경도시 가꾸기에도 노력을 기울인 끝에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과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인 도시가 됐다.

그는 "오래갈 도시를 위해서는 정확한 기준선과 목표를 설정해 고객유형별, 장소별로 창조적 소기업들을 식별해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초네 사가르뒤(Gotzone Sagardui) 스페인 빌바오 부시장 모습. /김구연 기자
▲ 고초네 사가르뒤(Gotzone Sagardui) 스페인 빌바오 부시장 모습. /김구연 기자

◇유럽 최고 문화도시로 성장한 스페인 빌바오 = 스페인 빌바오 고초네 사가르뒤 부시장은 "빌바오는 스페인 북부지역의 수도 역할을 담당할 뿐 아니라 세계의 중심도시"라고 말했다.

빌바오는 과거 몰락하던 중공업 항구도시에서 구겐하임미술관 유치와 수변공간 재생에 성공해 문화예술 창조도시로 완전히 탈바꿈해 대표적인 도시재생 성공사례로 꼽힌다.

14세기 항구도시로 출발한 빌바오는 20세기 후반 최악의 홍수를 겪고 파업과 실업이 난무하고 약물중독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할 정도로 심각한 도시파괴를 경험했다.

사회혼란 극복을 위해 빌바오는 도시재생 민관 합동 연구소를 설립하고, 여러 주체의 참여를 통해 환경오염을 개선하고, 업무·주거·문화·연구 시설 등의 균형 발전을 꾀한다. 현재는 '올해의 유럽도시' '세계 10대 스마트 도시' 등으로 꼽힐 만큼, 선도적 도시로 떠올랐다.

고초네 부시장은 빌바오가 재기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스페인 정부와 지방정부, 사회기관, 주민과 협업"을 꼽았다.

빌바오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도시 등 시민참여형 프로젝트를 가동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시장의 4년 임기가 정치적 커리어에는 중요하지만 시민에게는 40년 미래가 중요하다"면서 "도시가 단체장 개인의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고초네 부시장은 "현재 빌바오는 생활·일·놀이 복합지구인 '소로차우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우리의 목표는 시민들의 행복한 삶"이라고 말했다. 또한 "도시에 대한 평가는 첫 번째 시민이 아닌 마지막 시민에 의해 이뤄진다. 현재의 어려움을 미래 발전 기회로 삼고, 단순히 시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 전환과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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