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의 습격이 시작되었는데도
진보·보수 싸움에 시간 다 죽이고 산다

또 한 해가 시작되고도 지난해에 지겹도록 보아온 정치권의 어리석은 짓거리들을 또 본다. 국회의원 숫자 서른 명 늘리는 짓을 두고 국민들의 세금 600억 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 숫자 늘리는 짓이 궁극적으로 서른 명한테 각각 20억 원씩의 세비를 주면서 잘 먹고 못된 짓 많이 해서 나라 골병 들이고 세상 추잡하게 만들라고 하는 것만 같다.

행정부나 사법부의 행태도 비슷하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병원과 약국 문턱 닳도록 넘나들며 남은 시간 보내며 사는 노인 숫자는 점점 늘고 있단다. 민주주의, 특히 대의민주주의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이 경제 성장을 위한 법을 만들어서 국민의 복지를 키워주는 것이라고 한다. 국민 복지는 마음 다스리기나 정신세계를 깨닫기 위한 것보다는 배불리 맛있게 먹고, 좋은 옷 많이 입고, 좋은 자동차 타고 빨리 다니며, 좋은 집에서 편하게 살고, 생활 모든 면에서 편리하고 안전하며 이익이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현상이 자꾸 늘어나는 것이 성장이라 한다면, 과연 그 성장은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성장이 가능해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간이 지금 원하는 경제성장은 지구라는 자원을 이용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구는 모든 것이 한정된 생태계다. 그런데도 성장 욕구를 계속 부채질하는 것은 지구 자원을 모조리 탕진하자는 것이다. 지하자원인 석유와 천연가스를 발굴하여 퍼내고, 숲을 파괴하여 목재와 천연펄프를 뽑아내고, 바다의 물고기 씨를 말리고, 토지를 수탈하여 곡식·채소류를 키우기 위해 흙을 병들게 하고 사막화하며, 빠르고 편히 달리기 위해 자동차를 양산하고 탄소를 뿜어내며,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위해 축산업을 확장하여 지구의 물을 오염시키며, 이 모든 것을 담고 포장하기 위해 플라스틱과 비닐을 무한 생산하면서, 이제 지구 자원은 거의 고갈 상태에 다다르고 있다.

대의민주주의는 결국 권력 획득과 유지에 필요한 유권자의 표를 얻어서 권력욕을 키우기 위해 성장이라는 독 묻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 낸다. 그 법과 제도가 구체적으로 표현된 것이 플라스틱, 비닐 포장재의 무한 확대다. 이미 대의민주주의는 죽었다. 쓰레기밖에 남지 않은 황무지 위에서 절규하는 인간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결코 환상이나 착각이 아니다. 쓰레기 더미에 짓눌려 죽어가는 지구를 우리의 자식이나 손자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이 시대를 살면서 민주주의 제도를 구가했다는 우리들의 민낯이란 말인가? 어쩌면 올해에 그 참상의 예고편을 겪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구의 건강한 생태계가 아닌 지옥 불과 활화산 같은 온난화의 습격이 시작되었는데도 우리는 국회의원 선거나 청와대 직원의 불법 경위며 진보·보수 편싸움에 시간을 다 죽이고 살아간다. 어리석고도 어리석은 날들이다.

퇴비나 농약과도 인연 짓지 않고 건강하게 자란 자연산 채소를 밥상 위에 올려놓고, 죽 한 그릇 바라보면서 소망한다. 이 밥상 앞에서 생을 마치는 행복이 현실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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