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곳곳의 전쟁, 원인은 불신·욕심
그 여파로 무고한 생명·많은 꿈 파괴돼

게임을 제작하는 데에 크게 두 개의 영역이 있다. 시스템과 콘텐츠다. 쉽게 말하면, 게임의 승패를 내는 방법은 시스템이고, 승패를 다투는 주체는 콘텐츠다. 예를 들어, A는 B를 이기고, B는 C를 이기며, C는 A를 이기는 시스템에 가위·바위·보라는 콘텐츠를 사용하면 '가위바위보 게임'이 된다.

같은 시스템인데도 콘텐츠를 달리하면 게임이 사뭇 다르게 보인다. '가위·바위·보'를 '기병·보병·궁병'으로 바꾸면 고대 전쟁 게임이 된다. '구축함·호위함·잠수함'으로 바꾸면 현대 해상 전쟁 게임이 된다.

겉보기에는 완전히 다른 게임처럼 보이지만, 속을 꼼꼼히 따져서 들여다보면 매우 유사한 시스템의 게임이란 걸 알게 된다.

중동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며칠 전, 미국이 드론을 이용해 이란 혁명수비대 최정예 부대인 쿠드스군 사령관 솔레이마니를 암살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은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부대에 수십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을 펼치는 것 아닌가 하고 전 세계가 긴장을 하고 있다.

국내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가을이 지나면 좀 잦아들 거라 기대했던 '조국 대전'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다시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참모진이라고 할 수 있는 검사들을 대부분 인사 이동시키면서, 법무부와 검찰이 정면충돌을 벌이는 거 아닌가 하고 많은 이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과 이란', '청와대와 검찰', 크기를 따지면 비교 대상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작동되는 시스템을 보면 유사한 점이 많다.

오랫동안 누적된 이란의 반미감정, 오랫동안 누적된 검찰에 대한 불신, 이란 군부의 핵심 인사 솔레이마니,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사퇴한 조국.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암살했고, 검찰은 조국을 탈탈 털어 기소했다. 이란은 수십 발의 미사일로 보복 공격을 했고, 청와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통해 수십 명의 검찰총장 측근 검사들의 인사를 단행했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우선 이 전쟁으로 해를 입은 사람이 누구인지 보자.

솔레이마니가 죽었다. 그의 장례를 치르겠다고 이란의 군중들이 몰려 수십 명이 압사를 당했다. 이란 군대가 미사일을 잘못 쏴 민간 여객기가 폭파해 수백 명의 승객이 죽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추측해보면 많은 미국의 젊은 군인이 목숨을 잃을 거고, 그에 못지않게 이란의 군인들이 죽을 거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이란 국민이 어려움을 겪을 거고, 그것의 여파로 전 세계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생겨날 거다.

물론, 이득을 보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미국의 극소수 정치권 인사와 군사 산업 주체들, 석유 산업 관련자들 등등이 이득을 볼 거다. 하지만, 그들의 숫자는 피해를 보는 사람들과 비교해 정말로 극소수일 거다.

'조국 대전'도 마찬가지다. '태극기 부대'와 '조극기 부대'의 대립, 한때는 같은 '진보 진영'이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조국을 옹호하느냐 비판하느냐로 갈려서 으르렁거리고 있다. 어찌 보면 국민 대다수가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 전쟁에서 소위 '광을 팔고 있는' 사람은 정치권의 소수와 검찰의 소수, 그 외에 몇몇 소수의 언론인 정도다.

전쟁으로 파괴된 '꿈'이 너무도 많다. 우리에게는 전쟁이 아니라면 실현할 수 있는 많은 '꿈'이 있다. 하찮은 소수들의 이익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는 일을 당장 멈춰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