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즈음에 두 차례나 강제소환(?)을 당했다. 물론 죄를 지어 법원이 출석요구서를 발부한 것은 아니다. 흔히 얘기하는 '단톡'(단체 대화방)에 내 의사와 무관하게 초대를 받은 것이다.

하나는 대학교 동문 단톡방이었고, 다른 곳은 경제 분야를 담당하면서 알게 된 어느 협회장이 초대한 곳이었다. 두 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초대를 받았지만, 개인적인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동문 단톡방은 대학교 은사님의 정년 퇴임을 앞두고 급하게 만들어졌다. 비록 오프라인은 아니었지만, 선후배들이 오랜만인 만큼 대화방은 활기가 넘쳐났다. 서로 안부를 묻고 함께 행사 준비를 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고, 결국 오프라인에서의 정년 퇴임식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반면, 모 단체의 단톡방에서 나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였다. 해당 단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 보니 올라오는 글에 대해 '눈팅'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물론, 나를 초대한 이는 정보 교류도 하면서 단체에 대한 이해도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랐을 거라고 좋은 의도로 해석한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이 단체 대화방에서 내가 한 것이라곤 가끔 올라오는 부고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댓글을 단 것뿐이었다. 시시때때로 울리는 알림음은 '공해'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혹시 몰래나가기 기능이 있는지를 검색하기도 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수백 명이 무작위로 모이는 단톡방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내 의사와 무관하게 초대받은 이런 곳은 해당 후보에 대한 악감정만 불러올 뿐이다.

단체 대화방은 오프라인에서 모이기 어려운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수 있고, 어떤 사안에 대한 의견도 가장 빨리 구할 수 있는 통로다.

상대방을 강제소환할 때는 한 번쯤 의견을 묻는 센스를 발휘해보자. 좋은 의도로 초대했다지만 누군가는 '민폐'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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