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밀양 본사서 규탄 집회
"사망 한 달째 장례 못 치러"

지난해 12월 한국화이바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노동자 유가족들이 8일 오전 밀양시 내이동 한국화이바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갑질 희생자를 방치하고 명예훼손하는 한국화이바를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유가족들과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이날 회견에서 "사건 진상이 규명되고 한국화이바가 진솔한 사과를 할 때까지 청년노동자 죽음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석태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사고가 난 지 31일째이고 (주검은) 아직 냉동고에 갇혀 있다"며 "사건을 규명할 1차 책임은 회사에 있다. 하지만 한국화이바는 그런 일이 없다고 계속 주장하며 망자를 희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노동자의 죽음은 지난해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도입 이후 첫 사망 사건"이라며 "이번 사건을 해결하지 않으면 금지법은 무용지물이 된다. 법은 엄격해야 하며, 처벌 또한 엄격히 진행돼야 법 실효성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 달 전 한국화이바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노동자 유가족들이 8일 오전 밀양 한국화이바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 한 달 전 한국화이바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노동자 유가족들이 8일 오전 밀양 한국화이바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장 갑질 희생자를 방치하고 명예까지 훼손하는 한국화이바를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수경 기자

고인의 형은 "새벽이나 밤 늦은 시간에 직장 상사를 밀양역까지 태우러 가는 일이 힘들어 태워줄 수 없다고 얘기한 이후 일주일 동안 상사가 업무 결재를 미루는 등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 다니기 싫다고 사직서를 냈더니 (상사가) 자기 영이 안 선다며 사직 처리를 해주지 않은 일도 유가족들이 회사 동료를 통해 알아냈는데, 회사에선 몰랐다고 은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의 선택이 아니라 직장 상사에 의한, 회사에 의한 살인"이라면서 "명확한 진상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회사가 진정한 사과를 할 때까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인의 부친도 "회사에선 계속 잘못이 없다고만 얘기하는데, 확실하게 진상 규명을 해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에서 "고인의 유서와 문자메시지, 메신저 대화 내용 등 모든 내용이 한국화이바의 직장 갑질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을 넘어 한 청년노동자가 버티지 못할 정도로 자행됐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하는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는 것,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킬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자본에 의해 힘없는 청년노동자의 죽음이 방치되고, 가진 것 없고 '빽' 없다는 이유로 유가족이 무시당하는 것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화이바는 청년노동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유가족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하라"고 촉구했다.

경찰과 유가족에 따르면 노동자 ㄱ(32) 씨는 지난해 12월 9일 오전 8시 50분께 한국화이바 내 기숙사에서 숨진 채 동료에게 발견됐다. 유가족들은 직장 내 갑질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경남지방경찰청에 재수사를 요청하고 고용노동부 양산지청에 진정을 제기, 경찰이 현재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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