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일상에 자기 방식 끊임없이 강요
불편함 분명히 말해야 건강한 관계로

상담 의뢰: 올해 결혼한 지 6개월 된 직장여성 ㄱ입니다. 연애 당시에는 남자친구 어머니였던 지금의 시어머니가 저를 너무 잘 챙겨주셨어요. 홀로 제 남자친구를 키워 오신 분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결혼 과정에서 시어머니 부담이 있을까 봐 금전적인 선물이나 준비물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신혼여행 직후, 그래도 저희 부모님은 시어머니에게 잘 보였으면 하는 마음에 이불과 음식을 보냈습니다. 그날 시어머니는 저에게 전화하여 “사돈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너무한 거 아니시냐”며 역정을 내셨습니다. 솔직히 많이 당황했지만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어요. 그런데 이상한 상황들은 그 이후에도 일어났어요. 제가 직장에서 일하는 중간에도 전화를 계속하셔서 “남편 밥은 챙겨줬냐, 살림은 어떻게 하냐” 라는 이야기를 10분 이상 하셨습니다. 제가 바빠서 일하는 중이라고 문자를 남기면, 일 끝나면 전화하라고 명령조로 이야기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어요. 남편에게 상황을 이야기하면 “시어머니가 원래 직설적이니까 이해하라”고 하는데 전 이해되지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 시어머니가 일찍 남편을 여의고 홀로 어려운 상황에서 아들을 키운 만큼 아들에 대한 애착은 다른 어머니-아들 관계 이상이에요.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남편과 같은 역할을 기대하고 의지했을 수도 있어요. 아들과의 관계에 변화를 불러온 상황에서 시어머니는 불편한 감정을 뒀고, ㄱ 씨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만 생각하며 본인만의 방식을 강요했던 것 같아요. 남편에게 이 상황을 이야기 하고 도움을 구했는데 이해해주지 않아 상처가 되었을 것 같아요. 남편은 자신을 의지하는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주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ㄱ 씨와 시어머니는 서로의 경계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여요. 직장에서 일하는 중에 계속 전화를 하는 행동은 ㄱ 씨에게 삶을 침범당하는 느낌을 받게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ㄱ 씨가 그 불편한 감정을 시어머니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일과 후 살림이나 남편의 식사 여부를 전화해 알려드리는 것은 건강하지 않은 관계를 지속할 뿐이에요. 처음 말문을 열기 어렵더라고 시어머니에게 “저 역시 직장인이고 살림 이외에 외부적으로 활동할 것이 많은데 매일 전화로 남편 식사나 살림살이에 관해 물어보시면 일에 집중하기도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이야기해야 해요.

아들 결혼 전 어머니의 역할을 계속하시면 ㄱ 씨와 남편 관계에도 어려움이 있음을 단호하게 말씀하세요. 그걸 받아들이는 것은 시어머니 몫이에요. 남편에게도 말씀하세요. “당신에게 시어머니와 나와의 사이를 중재해달라고 요청하는 건 아니며, 시어머니에게 내가 어떤 마음인지 이야기하겠다”고 말이에요. 지금 이 관계는 남편을 가운데 두고 시어머니와 ㄱ 씨가 감정적으로 대립할 상황이 아니라 독립된 개개인 관계에서의 경계를 명확하게 하는 과정이에요.

ㄱ 씨, 제일 중요한 건 남편과의 관계이지,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아니라는 걸 남편도 받아들일 거예요. 이 상황을 통과의례라 생각하고 결혼 자체에 회의를 느낄 필요는 없어요. 힘든 시기이긴 하겠지만 조금 더 이야기하면 결국은 남편도 어떤 게 중요한지 이해하게 될 거예요. 고통스러운 과정이 두려울 수 있지만 생각보다 그 고통이 크지 않을 수 있어요. 회피하거나 도망치려고 하지 마세요. ㄱ 씨, 미리 어떻게 될까 봐 걱정하거나, 힘들어하지 말고 부딪히고 이겨나가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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