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의정경험서 협치 기대"
야 "삼권분립 정신 훼손"
'4+1'공조로 임명동의 무게

남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 정국'이 막 올랐다.

국회는 7일과 8일 이틀간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청문회에 이어 국회 임명동의(인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정 후보자 인준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은 격화할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 후보자 인준 절차를 15일 이전에 완료한다는 목표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입법부 수장이던 정 후보자가 행정부 2인자로 가는 것은 삼권분립 훼손이라며 부정적이다.

정 후보자 인준을 놓고 여야가 극심한 견해차를 이어간다면 또 다른 패스트트랙 법안인 검경수사권 조정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유치원 3법을 비롯한 민생 법안의 처리에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당이 민생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철회, 법안 처리에 긍정적인 신호가 읽히지만, 두 사안이 맞물리며 새해 초반부터 국회가 삐걱거릴 수도 있다.

여야는 이날 인사청문회 시작과 함께 정 후보자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내놓으며 일전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의 의정 경험과 야당을 포함한 폭넓은 인간관계가 협치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각했다. 나아가 기업인이자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으로서 실물경제에 밝은 만큼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 잘 대처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정치인이 성공적으로 총리직을 수행하는 것은 국회와 협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정 후보자는 최적의 맞춤 후보"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이미 밝힌 한국당은 청문회를 통해 반대 여론 확산에 주력했다.

한국당은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 후보자가 총리를 맡는 것 자체가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도덕적 흠결'을 주장했다.

▲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입법부 수장을 지낸 정 후보자가 행정부 총리로 가는 것은 삼권분립 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또한 정 후보자는 여러 문제와 의혹 제기에 대해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국회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청문회에서 후보자 친형과의 금전 관계 및 증여세 탈루 의혹, 재산 신고 누락 의혹, 2004년 경희대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등을 놓고 철저한 검증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이날 청문회 시작과 함께 정 후보자의 자료 제출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야당의 무분별한 신상 검증이 도를 넘었다. 신상털기식 막가파 흠집 내기"라고 했고, 한국당 주호영 의원은 "신상과 관련된 게 아니다. 4대 의무를 이행했는지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8일 청문회를 마치면 13일께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서 표결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청문회가 끝난 뒤 3일 이내에 심사경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인사청문회법 규정과 4·15 총선 지역구 출마를 위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공직사퇴 시한(1월 16일) 등을 감안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른바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공조로 무난히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당이 반대하더라도 4+1만으로 과반(148명)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당이 전날 민생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방침을 접으면서 민주당은 9일 본회의를 열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유치원 3법 등을 순서대로 올린다는 게 민주당의 구상이다.

한국당이 이들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강행할지가 남은 변수다.

한국당은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이나 유치원 3법 자체에 대해 원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말 '4+1'의 선거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강행 처리에 대한 반발, 나아가 정 후보자 인준 문제 등과 맞물려 '순조로운 처리'에 협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