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 음식물 위장에 독
식도-위 사이 조임근 약화
식습관 개선·약 조절 필요

속이 쓰리다. 어제 하루만이었으면 이렇게 속이 쓰리지 않았을 텐데 싶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신물이 올라왔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콜라가 보인다. 한 컵 따라 한방에 들이켰다. 커~억. 시원하게 속이 내려가는 듯하더니 이내 다시 속 쓰림이 시작됐다. 혹시 역류성 식도염에 걸린 건 아닐까? 연말연시 주지육림의 터널을 지나온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터널 끝이 아직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고통,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창원파티마병원 소화기내과 이주용(사진) 과장을 만났다.

-과음과식 잦은 연말연시 먹을 땐 모르겠더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거나 다음 날 아침 속이 쓰리고 신물이 올라오는데, 이 정도면 심한 역류성 식도염인가요?

"그 정도면 역류성 식도염 아닙니다. 왜 그러느냐면요, 증상이 반복되는 게 중요하거든요. 지금은 원인이 명확하게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건 알코올 자체 때문에 자극을 받아서 그럴 수도 있고.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진단을 하려면, 이런 빈도 가지고는 안 됩니다. 아주 심한 정도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계속 반복돼야 하고요. 경증인 경우는 가슴이 좀 아프다든지 신물이 넘어온다는 느낌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되는 게 상당 기간 있어야 역류성 식도염이라 할 수 있어요. 매일 과음과식을 하는 사람이 그런 증상이 자주 반복해서 나타나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볼 수 있죠."

-어릴 때부터 라면과 빵 등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어 속이 안 좋은가 싶기도 한데요.

"특히 라면 같은 경우는 그럴 수도 있어요. 화학물질이 많기 때문이에요. 젊을 때야 위장 상태가 좋지만, 중년 정도 되면 화학물질을 받아들이는 민감도가 취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젊을 때는 전혀 그런 증상이 없다가 40, 50대 이상 되면 이상 증세를 느끼는 분이 있을 수 있죠."

-라면 외에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키는 음식, 어떤 게 있을까요?

"대표적인 음식은 커피죠. 커피와 담배가 원인인 것은 확실하고요. 술도 영향을 주죠."

-왜 속 쓰림 현상이 일어나는지 궁금합니다.

"식도를 보면 하부 괄약근이 있는데요, 하부 조임근이라고도 해요. 항문의 기능하고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나이가 들면 여기가 약해지겠죠. 그리고 음식을 많이 먹은 뒤 바로 누우면 배의 압력이 늘어나 하부 괄약근 기능이 멀쩡해도 음식과 위산이 위로 올라와 속이 쓰릴 수 있습니다. 해부학적으로 위는 위산을 방어할 준비가 다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식도는 전혀 그런 구조가 없습니다. 그래서 식도와 위 사이에 조임근이 있어 위산이 올라오는 것을 막아줍니다. 그런데 커피 같은 음식은 이곳을 약화시켜 그런 증상이 나타납니다. 또 고혈압약 중에도 조임근을 약화시키는 것이 있고요. 이런 것들은 역류성 식도염의 명백한 원인이 됩니다. "

▲ 창원파티마병원 소화기내과 이주용 과장. /정현수 기자
▲ 창원파티마병원 소화기내과 이주용 과장. /정현수 기자

-그 외 다른 원인도 있을까요?

"횡격막이라고 해서 여러 근육이 붙어있는 복잡한 건데, 이것도 역할을 합니다. 잡고 있기 때문이죠. 이 중에 어디 하나가 문제 있으면 발생할 수 있고요. 어떤 분은 식도 자체 운동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류머티즘성 질환을 앓고 있다든지 당뇨를 오래 앓고 있다든지 이러면 여기 운동성능이 떨어집니다. 특히 파킨슨병 같은 특수한 질환을 앓고 있으면 이것이 떨어지거든요. 원리는 간단한데 여러 생활습관이 겹쳐지면서 나타나니까 치료가 좀 어렵죠, 사실."

-젊은 사람에게도 생기는 이유는?

"과음과식이 대부분이고요, 체질적으로 위산이 많이 분비돼 일어나는 사례도 있어요."

-좀 특이체질인지 모르지만, 속이 쓰릴 때 오징어를 먹으면 편안해집니다. 왜 그럴까요? 콜라나 사이다도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던데… 좋지 않은 거겠죠?

"권해드리고 싶지는 않네요. 오히려 '개비스콘' '겔포스' 같은 제산제가 도움을 줍니다. 선생님 같은 경우라면 그 약 갖고 조절해보시면 도움이 많이 되실 거예요. 음식 갖고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내려갔다가 위산이 다시 올라오거든요."

-역류성 식도염 처방을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역류성 식도염은 생활습관으로 조절하는 것은 30%밖에 안 돼요. 70%는 약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그런데 약제로 완치시키는 개념이냐? 그건 아닙니다. 위산 억제제를 써서 식도에 위산이 올라가지 않게 만드는 거거든요. 그래서 약을 오래 복용하면 일단 안 되고요. 증상을 제어하는 목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환자 증상에 따라 처방하는 게 맞는데 기존 약제에 반응하냐 하지 않느냐를 따지면서 치료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식도암이 생길 정도의 심한 경우인데도 증상이 없는 예도 있습니다. 약을 사용하는 것은 이러한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것이죠."

-매운 음식도 영향을 미칠까요?

"맵다고 해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데요, 대부분 매운 음식이 짜게 만들어지니까 식도염에는 별로 안 좋죠."

-역류성 식도염 환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음식이 따로 있을까요? 과일이나 뭐 그런.

"과일은 위산을 올리는 수가 더 많아요. 지방질이 많으면 악화시키기도 하죠."

-단감을 먹었더니 속 쓰림이 줄어들던데.

"단감은 위산을 줄여주는 성분이 있죠. 아까 소개해드린 개비스콘도 해조류로 만든 것이거든요. 제일 강력한 것은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라는 건데 위산 억제제 중에 제일 마지막으로 나온 약입니다. 처방을 받아야 하는 약이죠. 음식으로 다스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열량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럴 바에는 약 하나를 써서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건강을 위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오래 쓰면 안 되기도 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에도 4주 정도면 대부분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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