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연아트오브갤러리 기획
현대미술작가 6인 작품 눈길
반복 통해 현대적 감각 표현

점으로만 채워진 캔버스는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세상 같기도 하다. 전통적 회화 기법을 활용해 현대적 감각을 뽐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창원 더시티세븐 연아트오브갤러리(관장 남소연)는 지난 1일부터 2020년 첫 기획 전시 현대미술 6인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김순자, 김영미, 박미옥, 변은미, 이명숙, 최가연 6명 작가 작품이 걸렸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디지털 시대 근간인 비트 혹은 픽셀 개념과 유사하게, 회화 공간을 이루는 기본 단위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더 나아가 '조형의 본질은 디지털적 패러다임의 세상에서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통일된 메시지를 담았지만 개별 작품을 이루는 기본 단위는 각양각색이다. 작가들은 자신만의 색채를 담은 '비트'와 '픽셀'로 작품을 완성했다.

▲ 현대미술 6인전에 선보인 작품.
▲ 현대미술 6인전에 선보인 작품.

김순자 작품은 가늘고 긴 여러 개 물감으로 곡선을 만들어 씨실과 날실이 만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리다'라는 행위보다는 쉬지 않고 실을 엮는 직조공의 노동행위 결과물처럼 보인다. 김영미 작가는 문자를 활용해 공간을 구성했다. 이들 문자는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그보다는 일종의 조형적 요소에 가깝다. 문자의 해석보다는 조형적 접근이 무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박미옥 작품은 점묘화법을 연상시킨다. 다만 자연을 전제로 한 점묘주의자와 달리 이들 작품에서 점은 이미지를 구성하기 위한 픽셀과 같은 의미로 쓰였다. 변은미 작가 역시 점의 집적과 반복으로 이미지를 만든다. 이 외에 물감을 가늘게 짜내는 기법 작품도 보여준다. 픽셀 작품들이 '찍기'에 의한 표현이라면, 물감의 실낱같은 표현은 '짜내기'에 의한 표현이다.

▲ 현대미술 6인전에 선보인 작품.
▲ 현대미술 6인전에 선보인 작품.

분자방정식을 연상하게 하는 육각형의 작은 형태들로 이뤄진 이명숙 작품은 기호들이 연속적으로 화면 전체를 채워 무한한 공간감을 보인다. 최가연 작품은 무수히 반복되는 패턴으로 파스텔톤 혹은 수묵이나 담채화에서 볼 수 있는 담백한 느낌을 준다. 이들 패턴은 갈기갈기 쪼개진 조개껍데기 조각 혹은 도자기 파편 같기도 하고, 늦가을에 수북이 쌓인 낙엽처럼 보이기도 한다.

캔버스 회화의 속성상 이들 작품이 형식과 내용 면에서 완전히 디지털하지 않다. 다만 여섯 작가는 회화적 전통을 고수하면서 그 위에서 현대적 디지털 감각을 표현했다.

남소연 관장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작년과 재작년 전시를 열었는데 관람객 반응이 좋았다"면서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 새해 첫 전시로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프닝 행사는 오는 10일 오후 6시 연아트오브갤러리에서 열린다. 행사에는 전시 참여작가 6명이 참석해 관람객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문의 연아트오브갤러리(010-2309-7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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