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명 연락처 무단 활용 혐의
늑장 대응 질타에 수사 진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를 지지했던 동료들을 고소했던 경남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창원지방검찰청은 지난달 31일 ㄱ(47) 경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200만 원 벌금으로 벌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약식기소는 검사가 법원에 정식 재판 없이 벌금이나 과태료 처분을 청구하는 것이다.

ㄱ 경사는 2018년 2월부터 8월까지 경찰청 표준인사시스템 'e사람'에서 전국 경찰관 22명 휴대전화 번호를 조회해 동의를 받지 않고 고소장에 기재해 전주지검 등 5개 수사기관에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관 22명은 2018년 2월 김해서부경찰서 소속 임희경 경위가 올린 '성추행 피해 여경 면담해주고 내게 벌어진 엄청난 일들'이라는 제목의 글에 댓글을 달았다가, ㄱ 경사로부터 고소를 당한 이들이다.

'e사람'에서는 경찰관 이름을 입력하면 소속 부서,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직원 개인정보 사적 활용 금지'라는 경고문이 표시되어 있는 등 개인 용무로 활용하면 안 된다.

검찰은 ㄱ 경사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또 허용된 권한을 넘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경찰 내부 '미투'를 지지했다가 고소를 당한 경찰관 10명이 2018년 12월 경찰청에 진정을 내면서 시작됐다. 진정은 3개월이 지나서야 경찰청에서 경남청으로 이첩됐다.

이재정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은 지난해 3월 열린 진영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이 의원은 "김해서부경찰서에서 발생한 동료 경찰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를 돕고 이를 지지한 경찰관 수십 명이 가해 경찰관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며 "가해 경찰관은 대외 유출을 금지하고 있는 '폴넷'에서 연락처를 무단 조회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지난해 12월 진정이 제기됐는데 올해 3월에야 경남경찰청으로 이첩해 조사하는 것은 늑장대응"이라고 지적했다.

ㄱ 경사로부터 고소를 당한 동료 경찰관들도 경찰 조직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조사를 서두르지 않는다며 비판했었다.

그러자 경남청은 수사로 전환해 대통령 소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지난해 7월 개인정보보호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자 수사를 거쳐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