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안겨준 스마트폰에 푹 빠진 아이
엄마·아빠부터 먼저 책읽기 실천하기를

"세상에서 게임이 제일 재미있어요"를 외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아침 일찍 학교에 도착해 교실 곳곳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게임에 몰두합니다. 집에서보다 교실에서 하는 게임이 더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어떨 땐 선생님이 들어와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살며시 다가가 무슨 게임 하고 있나 궁금해 물어보지만 이미 '게임 삼매경'에 빠져 다른 사람 의식할 겨를도 없어 보입니다.

그러면 방학에는 뭘 하며 시간 보내고 있을까? 물론 많은 시간 게임에 몰두하고 있을 듯합니다. 학원 공부 끝나면 제일 먼저 꺼내 드는 것이 스마트폰입니다. 거의 안고 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게임 진척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 우정을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어른들은 잘 모르는 '그들만의 세계'입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이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경향은 도무지 사그라들 줄 모릅니다.

지켜보는 부모들 눈으로 바라보면 세상이 정말 심하게 변했음을 느낍니다. 말려보고 싶은 마음에 잔소리라도 할라치면 버럭 화를 내기도 합니다. 집에서 게임 못하게 하면 곧장 근처 피시방으로 달려갑니다. 밤새도록 '적을 쳐부수고 죽이다'가 아침에 들어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제 주경야독은 머나먼 옛날얘기입니다. 낮에는 잠자고, 밤에는 게임 하는 '주면야게'의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있을까? 어른들끼리 머리 맞대 고민해 보지만 해결책을 쉽게 발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엄마·아빠들이 자초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대부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을 안겨주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칭얼대는 아이들을 돌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아이가 스마트폰에 빠지는 순간부터 모두에게 고요와 평화(?)가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도 임시방편으로 안겨놓았던 것입니다. 이제라도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 반 교실은 '아침 독서 운동'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닥독'. 닥치고 독서입니다. 재미있는 책을 가져와 모든 아이가 함께 책 읽는 시간을 보냅니다. 우리 학교는 아침 독서하는 데 주어진 시간이 20분이나 됩니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아이들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책상에 앉아 재미있는 책부터 꺼냅니다. 그래서 겨울방학 하는 날 '다독반'으로 선정되는 행운도 얻었습니다. 책 읽는 아이들은 표정부터가 다릅니다. 즐거워합니다. 아침 독서 시간을 마무리하는 날엔 짧게나마 일 년 동안 읽었던 책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간혹 선생님이 읽는 책을 궁금해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근처 서점에서 구매해 읽는 기특한 아이도 있었습니다.

'닥독'. 집에서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 모두가 책 읽는 시간 가져보는 것입니다. 약간의 강제성이 따르지 않으면 아이들은 금방 스마트폰으로 손이 가고 맙니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스마트폰은 대단한 중독성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이번 겨울방학엔 <다윈의 생애>, 그리고 <종의 기원>을 읽고 있습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란 책도 의외로 재밌습니다. 책 속에서 발견하는 재미와 지혜는 그야말로 기쁨이자 환희입니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 엄마나 아빠가 직접 책상 앞에 써 붙여 놓고, 아이들과 함께 실천해 나가는 알찬 겨울방학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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