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1990년대 발굴 성과
제작시기는 5∼6세기 추정
당시 생활상·기술 오롯이

함안 마갑총 고분과 합천 옥전 고분에서 출토한 말갑옷과 고리자루큰칼·금귀걸이 등 가야문화권 중요 유물 5건이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가야문화권 문화재 5건과 조선시대 전적(典籍) 2건, 도자기 1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가야시대 유물은 1980∼1990년대에 발굴된 함안 마갑총과 합천 옥전고분군에서 출토했다. 제작 시기는 5∼6세기로 추정된다.

가야의 생활상과 기술 수준에 대한 실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유물들로, 그동안 미진했던 가야 유물에 관한 역사·학술·예술적 가치를 재평가해 보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 함안 마갑총 말갑옷. /김해박물관
▲ 함안 마갑총 말갑옷. /김해박물관

보물 제2041호인 '함안 마갑총 출토 말갑옷 및 고리자루큰칼'은 1992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찾아냈다.

철제 말갑옷은 말머리를 가리는 투구, 목과 가슴을 가리는 경흉갑, 몸을 보호하는 신갑으로 구성된다. 가야고분군에서 나온 말갑옷 가운데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돼 희귀성이 높다. 고리자루큰칼은 금속을 두드리거나 눌러서 모양을 만드는 단조와 두드려서 문양을 내는 타출(打出), 상감기법을 적용했다.

합천군 쌍책면 성산리에 있는 옥전고분군에서 출토한 가야유물은 경상대학교 박물관이 1985년부터 1992년까지 5차에 걸쳐 발굴 조사한 것이다. 옥전고분군은 고대 합천에 존재했던 가야소국 '다라국'의 최고 지배층이 묻혀 있는 공동묘역으로, 수천 점의 토기·철기·장신구 등이 출토됐다.

보물 2042호 '합천 옥전 M3호분 출토 고리자루큰칼 일괄' 4점은 한 무덤에서 여러 점의 큰칼이 나온 첫 사례로 꼽힌다. 손잡이와 칼 몸통을 금과 은으로 화려하게 장식해 삼국시대 고리자루큰칼 가운데 제작기술과 형태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물 2043호 '합천 옥전 28호분 출토 금귀걸이'는 금판 고리를 연결해 길게 늘어뜨린 형태다. 1985년부터 이듬해까지 진행한 경상대 박물관 발굴조사에서 발견됐는데, 현존하는 가야의 긴 사슬 장식 금귀걸이 중 가장 화려하고 보존상태도 우수한 편이다.

보물 2044호 '합천 옥전 M4호분 출토 금귀걸이'는 좌우 한 쌍이 온전한 데다 무덤 주인공이 귀에 달았던 곳에서 발견돼 실제 사용된 사실도 확인된 유물이다. 가야귀걸이 양식을 대표하는 가늘고 둥근 주고리(세환이식·細環耳飾) 아래 속이 빈 공 모양과 나뭇잎, 산치자 열매 모양의 입체형 장식을 차례로 늘어뜨렸다. 6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가야귀걸이 중 보기 드물게 누금 세공기법과 타출기법이 모두 다 사용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예술 가치가 높다.

보물 2045호 '합천 옥전 M6호분 출토 금귀걸이'는 1991∼1992년 발굴조사 당시 목곽 남쪽에 놓인 무덤 주인공 머리 부근에서 발견됐다. 옥전 M6호분은 중형급 무덤으로, 옥전지역 고분 중에서도 지배자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라 금귀걸이 중간식 형태와 가야 산치자형 끝장식이 결합한 독특한 혼합양식으로, 6세기 가야지역 교류 양상을 보여준다.

이 밖에 조선시대 전적 2건과 도자기 1건도 보물로 지정됐다.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권1∼2', '지리전서동림조담', '백자 청화매조죽문 항아리'이다.

▲ 합천 옥전 M6호분 금귀걸이. /문화재청
▲ 합천 옥전 M6호분 금귀걸이. /문화재청
▲ 합천 옥전 M3호분 출토 고리자루큰칼. /문화재청
▲ 합천 옥전 M3호분 출토 고리자루큰칼. /문화재청
▲ 합천 옥전 M4호분 출토 금귀걸이. /문화재청
▲ 합천 옥전 M4호분 출토 금귀걸이. /문화재청
▲ 백자 청화매조죽문 항아리. /문화재청
▲ 백자 청화매조죽문 항아리. /문화재청
▲ 함안 마갑총 고리자루큰칼. /문화재청
▲ 함안 마갑총 고리자루큰칼. /문화재청

서울 원각사에 있는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은 전체 10권이나, 보물이 된 책은 권1∼2이다. 조선을 세운 이성계가 승려 신총에게 글씨를 쓰게 한 뒤 1401년 제작한 목판으로 찍었다. 15세기 말까지 사용된 한글인 반치음과 옛이응이 남은 점과 교정 흔적 등으로 미뤄 15세기에 인쇄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리전서동림조담은 조선이 간행한 풍수지리서로, 본래 중국에서 당 멸망 이후인 오대 시기 인물 범월봉(范越鳳)이 지었다고 전한다. 상권과 하권 22편으로 구성되며, 조선이 건국 이후 처음 만든 금속활자인 계미자로 인쇄했다.

이화여대 박물관이 소장한 백자 청화매조죽문 항아리는 15∼16세기 작품으로 추정된다. 먹으로 농담을 표현하듯 청화 안료의 색조와 분위기를 잘 살렸고, 회화 기법 수준이 높아 도화서 화원이 제작에 참여한 관요(官窯) 백자로 보인다.

고분 명칭 속 영문 'M'은? = 합천 옥전 고분 명칭에 'M'자가 붙은 사례가 있는데, 이는 발굴지 주변에 큰 구릉(mound)이 있는 지역을 뜻하는 고고학 용어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