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학원강사 등 특수고용노동자
노동법·사회보험 혜택 똑같이 누려야

새해 첫날 마산의 한 독립영화관에서 켄 로치 감독의 <미안해요 리키>를 보았다. 영국의 이야기지만 그 현실은 한국과도 너무나 비슷하다. 주인공인 리키는 열심히 하면 수입이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로, 건당 수수료를 받는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차량 비용 등 각종 빚을 떠안고 소변볼 틈도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가족에게 문제가 생겨도, 본인이 크게 다쳐도 단 하루도 쉬지 못한다.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즉 '사장님'이 된 결과는 처참했다.

사장님이 아닌 노동자였다면 어떠했을까? 장시간 노동을 통한 수입보다는 조금 적을지 모르나, 빚이 쌓이거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건 훨씬 덜할 것이다. 급한 일이 생기면 휴가도 낼 수 있고 산재나 고용보험 등 최소한의 사회보장도 제공된다. 허울뿐인 사장님보다 오히려 노동자가 되는 것이 훨씬 더 안정적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회사 입장에선 노동자로 고용하는 것보다 개인사업자와 계약하는 것이 훨씬 낫다. 노동법 상의 각종 의무나 사회보험 부담 등을 갖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게다가 수입을 위해 장시간 노동을 스스로 감수하므로, 일거리가 많아도 노동자를 추가로 고용할 필요도 없다.

이런 이유로, 사실상 노동자임에도 형식상으로는 개인사업자인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최근 물량 중개 등을 담당하는 이른바 플랫폼이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확산하면서, 이와 연관된 플랫폼 노동자들이 대폭 늘어났는데 이들은 대부분 개인사업자 형식으로 일하고 있다. 오더를 받을지 안 받을지는 개인의 선택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개인의 선택이 결코 아니다. 정말 임시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생계를 위해 전일제로 일하며 회사의 각종 업무지시와 관리·감독을 받는다. 원하면 언제든지 업무지시를 거부하고 본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정말 회사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선택해서 일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든 특수고용노동자는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로 인정되어야 한다.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었다고 그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 별도의 독립적인 사업장이나 자산 등을 소유하지 않고 단지 회사의 업무와 관련된 순수한 노동력과 자기 이동 수단만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무조건 노동자로서 근로계약을 맺도록 해야 한다. 학원강사, 보험모집인 등등 이런 업종의 개인사업자들이 매우 많다. 이들 또한 노동자로서 노동법과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는 미국에서도, 최근 이런 경우가 늘어나면서 그들이 정말로 독립적인 개인사업자인지 회사가 입증하도록 하고,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전부 노동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루어지고 있다.

애초에는 지금의 노동자들도 노동법이나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았던 것이 아니다. 신분에 따라 직업이 정해져 있던 중세와는 달리 근대 자본주의는 형식상으로는 자유롭게 노동력 제공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었다. 노동력 제공 계약도 개인사업자 간 계약이라면 현재의 노동자들도 전부 개인사업자일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처음에는 그와 비슷했다. 그런 논리를 넘어서서 노동법이나 사회보험 등의 권리를 확장해온 것이 근대 노동운동의 역사였다.

모든 노동자는 법적으로도 노동자로 인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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