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 역동성 저하 우려
일자리·출산장려에 지원 쏠려
도, 정책 패러다임 전환 모색

'청년이 떠나지 않는 경남', '떠난 청년, 다른 지역 청년이 오는 경남'. 김경수 도지사가 올해 내건 도정방향 중 하나는 '청년특별도'다.

청년 문제는 경남만이 안고 있는 건 아니다. 연애·결혼·출산·집을 넘어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젊은 층을 일컫는 N포세대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저출생·고령화와 수도권 집중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청년 문제는 지역 생존과 직결된다. 그래서 김 지사는 청년특별도와 더불어 인재를 양성해 지역에서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위한 '교육특별도'를 함께 강조하고 있다.

경남도는 사회혁신추진단을 통해 연구해온 청년정책을 올해 구체화해서 실행할 전담부서 청년정책추진단을 신설했다. 지난해 나온 <경남도 청년도시모델 연구> 용역보고서를 바탕으로 청년들이 처한 현실과 큰 틀의 정책방향을 살펴본다. 경남연구원과 LAB2050이 연구를 진행했다.

▲ 경남도는 지난해 3월 한국주택금융공사·농협·경남은행과 청년 주택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경남도
▲ 경남도는 지난해 3월 한국주택금융공사·농협·경남은행과 청년 주택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경남도

◇경남 경제침체 청년세대에 직격탄 =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17년 기준)를 보면 청년(20~34세)은 1993년 1311만 명 정점을 찍고 계속 감소해 2047년에 528만 명까지 급감한다. 청년인구 비중은 2017년 20.2%에서 2047년 10.8%로 떨어진다.

경남 청년인구는 1993년 78만 8000명에서 28만 3000명(비중 9.3%)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까지 젊은 인구가 계속해서 다른 지역으로 유출될 것으로 분석됐다.

2010년과 2018년 사이 청년인구 비중이 몹시 감소한 지역은 통영시(-7.4%p), 고성군(-6%p), 남해군(-4.5%p), 합천군·하동군(-4.4%p), 거제시(-4.3%p), 사천시(-4.2%p), 의령군·밀양시(-4%p), 함안군(-3.9%p), 창원시(-3.8%p) 순이다. 통영·고성·거제는 조선업 위기 영향에 따라 청년이 다른 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것으로 풀이된다.

주력산업인 조선·기계·자동차 분야 부진으로 경남 경제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성장률을 보면 경남(1.7%)은 국가 전체(3.4%)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가계 어려움으로 옮겨지고 있다. 노동자 계층 소득인 피용자보수 증가율(2017년 기준)을 보면 경남(2.4%)은 전국 평균(4.7%)보다 낮다. 2016년 대비 2017년 가계 평균 경상소득은 전국 평균 227만 원 증가했으나 경남은 73만 원 감소했다.

청년들 취업난은 심화하고 있다. 경남지역 20~34세 고용보험 피보험자 현황을 보면 2015년 21만 명에서 2018년 17만 3000명으로 감소했다. 조선·기계·자동차 산업 감소 폭이 컸다. 경남지역 대졸자 취업률도 낮다. 2017년 기준 경남(63.7%)은 전국 평균(66.2%)보다 낮고, 전국에서 전북 다음으로 저조하다.

김유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의 위기는 가계로 전이돼 청년 삶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젊은 인구를 중심으로 경남을 빠져나가는 경향성은 앞으로 지속해 미래사회의 역동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남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8년 인구이동통계'를 보면 경남에서 다른 지역으로 간 전출자 중 20대(4만 1224명)와 30대(2만 6086명)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순유출자 수는 5810명(전입 12만 3717명, 전출 12만 9527명)이다.

▲ 지난해 6월 열린 경상남도 청년센터 '청년온나' 개소식 모습.  /경남도
▲ 지난해 6월 열린 경상남도 청년센터 '청년온나' 개소식 모습. /경남도

◇청년정책 패러다임 전환 필요 = 지금까지 청년정책은 일자리와 출산장려에 쏠려 있었다. 앞서 청년정책을 펼쳐온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고도 경쟁에서 지친 청년들 삶의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19년도 경남도 세출 예산에서 청년 관련 정책을 분석한 결과 일자리 34.8%(256억 원), 능력개발 27.5%(202억 원), 저출산지원 26.1%(192억 원)로 많이 차지했다. 참여·권리보호 1.1%(7억 7000만 원), 문화 1.4%(10억 1000만 원), 주거 4.2%(31억 2000만 원), 생활안정 5%(37억 2000만 원)로 비중이 작았다.

서울시 예산은 청년 매입임대 등 주거 79.3%(2342억 원), 일자리 8.6%(254억 원), 생활안정 6.9%(203억 원) 순으로 많았다. 경기도는 청년배당 등 생활안정 88.9%(2718억 원), 일자리 9.2%(282억 원) 순이다.

"취업을 못하면 패배자라 낙인을 찍는 사회 분위기에 더 위압감을 느낀다.", "대학, 취직, 결혼, 출산이라는 정해진 코스·틀을 따르지 못하면 모두 패배자가 되는 그런 사회 분위기가 청년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지역 사람들은 '능력 있으면 어서 떠나라'고 등을 떠민다. 지역에 남아 있으면 실패자로 인식된다.", "아직 무엇이 되지 않은 청년도 가치 있게 봐 주는 시각이 경남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연구용역 과정에서 진행된 청년세대 집단심층조사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김 연구위원은 "인터뷰 결과 지금 청년정책이 청년들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청년도시 모델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모든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을 노동시장으로 내몰고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는 지원정책보다는 지친 청년들을 위로하고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하는 치유 프로그램, 더 나아가 여유를 갖고 꿈을 설계할 수 있는 시간과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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