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이코노미'. 2020년 문화예술계 회자할 단어가 무엇인지 검색해봤더니 이 경제용어가 등장했다. 우리말로 번역 혹은 의역하면 '임시 노동 경제'쯤 되겠다. 좋게 해석하면 '소확행'(작지만 실현 가능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노동형태로 내가 원할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언제든 쉴 수 있는 그런 경제생활이다. 관련 글을 읽어나가다가 이런 경제활동이 가능하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싶었다.

'긱(gig)'이라는 말은 1920년대 미국 재즈 연주 단체가 급히 공연장 주변 연주자를 일시 모집한 데서 비롯된다. 그 공연 시간에 다른 일이 없는 연주자들에겐 돈을 벌 수 있는 노동의 기회가 생긴 셈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겠다. 이러한 형태의 노동시장은 경제 성장 둔화와 제조업 감소,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긱 노동자란 우리나라에선 주로 카카오톡이나 우버 등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통해 일거리를 구하는 노동자를 가리킨다. 배달이나 대리운전 등 분야에서 발전하다가 이제는 가사도우미, 간병인, 청소 등 상시적이지 않은 일자리 전반에 퍼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고정 수입이 필요한 대부분 노동자에게는 이런 노동 플랫폼이 노동의 유연성을 강조한 신자유주의와 다를 바 없이 느껴지기도 하겠다.

문화예술계 긱 경제는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돌이켜보면 내가 출연했던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 모두 '긱' 형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공연계에는 이런 형태의 노동계약이 일상이다시피 이루어진다. 공연 프로젝트가 하나 생기면 여러 공연단체 배우나 연주자, 스태프가 참여하는 사례가 바로 넓은 의미의 '긱'이 아닐까 싶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잘나가는 '긱 노동자'가 되려면 서너 개의 전문 지식과 기능을 갖추어야 한단다. 최근 몇 년 문화기획자가 많이 양성되고 있다. 시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내가 일하고 싶을 때 언제든 일하고 생활이 보장되는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노동환경,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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