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읽기, 시간 측정 과학에 기반
시계 발전도 인류의 기술혁명 이끌어

2020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이 세상이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시간은 단절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새해라는 이름으로 1년을 구분 짓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한다. 사실 시간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갈 것이고, 또 지루함에 있는 누군가는 시간이 느리게 느껴질 것이다. 이처럼 사람마다 느끼는 시간의 감정이 다름에도 인류는 시간의 길이를 획일화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서기 150년께 이집트에서 수학자 프톨레마이오스에 의해 시간의 '분' 개념이 정립되었고, 13세기에 이르러서야 1태양일의 8만 6400분의 1로 '초' 단위를 정립하였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시간 1초를 '세슘원자가 92억 번 진동했을 때'로 정의하고 있다. 사람마다 각각의 주관적 시간을 과학적으로 정립했고, 하나의 기준으로 강제해 버린 것이다.

새해 첫날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 기대와 경건함의 정서에 냉철한 과학기술의 기준과 단위가 여지없이 자리 잡고 있다. 희망·다짐의 성스러운 해맞이 행사는 지구가 새로운 공전을 시작하는 과학기술적 현상을 추종하는 것과 다름없다. 새해 첫날 카운트다운을 자연스럽게 세는 것도 과학기술이 정의한 1초 단위에 순응하는 것이다. 물론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통해 중력·공간에 따라 시간의 길이가 다를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세슘원자의 92억 번 진동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간의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시간의 개념을 정립하는 것만큼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 되었다. 해시계·물시계에서 원자시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시계의 발명은 우리가 얼마나 시간에 의존하며 사는가를 보여준다. 이러한 시계 기술의 역사는 오차를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의 과정이며, 당시 시대별 기술발전 수준을 그대로 대변해 주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모양을 갖춘 기계식 시계는 13세기 유럽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시계는 거대한 장치여서 도시 한가운데 교회나 관청에 설치했다. 15세기 시계는 태엽이라는 발명품 덕분에 회중시계와 같은 작은 시계가 나올 수 있었다. 당시 하루에 4분의 오차가 있었지만, 많은 사람이 시계를 보유하는 계기가 되었다. 17세기 진자시계 발명은 하루에 오차를 1분으로 크게 줄였다. 20세기 들어 석영결정은 진자보다 덜 느려진다는 것에 착안해 1927년 석영시계가 발명되었다. 그리고 1949년 원자의 공진을 측정해 3000만 년에 1초의 오차를 갖는 원자시계가 등장했다.

시계는 시간을 단순히 측정하는 정밀기구가 아니라 기계·전자·원자시대로 이어지는 인류의 과학기술 혁명을 견인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근대 산업혁명의 핵심이 증기기관이 아니라 시계의 발명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을 정도이다.

현대 천문학을 태동한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우주는 신성한 존재와 유사한 것이 아니라 시계와 비슷하다"라고 했다. 책 <시계와 문명> 한 구절에서, 커넬름 딕비 경은 "우주는 거대한 시계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계는 신을 뛰어넘는 기술로 묘사될 정도였다. 시계는 그 자체만으로 수많은 작은 톱니바퀴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오묘함이 있지만, 복잡다단한 세상에 질서와 조화를 가져다주었다.

어느 누구에게 사유화되지 않고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시계로 생활을 지배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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