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행정실장-교장 주장
단체협약 내용 해석 상반

경남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경남교육노조)이 학교장을 소방안전관리자로 지정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도교육청이 난색을 표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노사 갈등 = 경남교육노조는 2일 '노사관계를 경험했던 교육감이 맞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는 박종훈 교육감이 한 언론사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소방안전관리자 학교장 선임 건에 대해 묻자 "지금 홍서홍(김해 방화셔터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이가 백척간두에서 촛불처럼 생명을 부여잡고 있는데, 이런 시기에 행정실장의 학교안전관리자 지정 문제를 이야기하면 되겠나. 행정실장이 학교시설 관리에 대한 책임을 못 지겠다고 하면 행정실장 안 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을 문제 삼았다.

진영민 노조위원장은 "교육감은 과거 교원 노사관계를 경험했고, 자치적 노동법규인 단체협약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경남교육노조가 주장하는 것은 2016년 11월 체결한 단체협약을 이행하라는 것이고, 김해 방화셔터 사고와 같은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감이 책임지고, 학교장을 행정지도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박 교육감은 지난달 26일 신년사 기자회견에서도 노조 요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노조도 다양한 방법으로 집행부를 압박할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교섭,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는 상태에서 먼저 행동을 보인 것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경남교육노조는 지난달 16일부터 도교육청에 10대 요구사항을 걸고 18일째 농성을 하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23일까지 8일간 위원장이 단식농성을 했고, 이후에도 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진영민 경남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달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노숙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모습. /우귀화 기자
▲ 진영민 경남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달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노숙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모습. /우귀화 기자

◇쟁점 사항은 = 10대 요구사항 중 쟁점은 3가지다. △소방안전관리자 학교장 선임 △2020년도 시설관리 직렬 지방공무원 신규 채용(1교 1시설관리) △학교 보건업무(석면, 공기청정, 미세먼지, 먹는물, 교직원 건강검진) 등을 교무실 해당 부서에서 담당 등이다.

노조는 요구사항 대부분이 이미 2016년 단체협약을 체결했던 부분이라며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소방안전관리자 선임 건은 단협 70조에 '교육감은 각급 학교 소방안전관리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감독적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선임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협약 체결 목적(배경)에 대한 해석에서 노사가 엇갈린다. 협약 체결 목적은 '각급 학교의 소방안전관리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학생을 포함한 학교 구성원 전체에 대해 감독적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지정해 효율적인 소방안전 관리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함'이라고 적혀 있다.

노조는 학교의 특성상 감독적 지위에 있는 사람은 행정실장이 아닌 교장, 교감 등이라고 주장하고, 도교육청은 행정실장도 감독적 지위로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설관리 직렬 지방공무원 신규 채용 건에 대해서 노조는 현재 공립학교 867곳 중 308곳은 지방공무원이 아닌 퇴직자, 민간업체 고용 신분이어서 시설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소요 예산 등을 고려하면 곧바로 시행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교 보건 업무 건은 사실상 교원과 행정 공무원 간의 '갈등 업무'여서 이를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새로 생긴 업무를 교무실에서 할 것인지, 행정실에서 할 것인지를 두고 학교마다 갈등이 있다.

노조는 해당 업무에 대해 '잡무'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총괄 책임에 대한 부분이어서 교무실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학교장 책임의 업무 분장을 교육청이 나서서 가르기가 어렵기에 업무 수월성을 위한 매뉴얼 등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노조는 오는 8일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 위원장이 농성장을 방문해 단협 이행 등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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