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수처법 등 이슈 밀리고
여야 대치 장기화 엎친데 덮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공전만

"국회로 넘어온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논의조차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염원하는 역사적 사명에 중대한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한다. 20대 국회는 이제 거의 마무리된 거나 마찬가지다. 지방자치의 가장 큰 장애물은 국회,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라는 말이 증명되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사상 최악의 실태를 보여준 20대 국회는 결국 지방자치의 씨앗마저 날려 버릴 것이다."

한옥문 경남도의회 자치분권연구회장이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하지 못 하는 데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이 가진 다양성과 역동성을 국정관리체제에 담아내고자 애썼다. 지난 2018년 9월 발표한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6대 추진전략과 33개 과제로 구성된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정부의 의지가 오롯이 담겼다. 이러한 종합계획을 담은 전부개정안은 지난해 3월 국회에 제출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됐지만 이후 전혀 진척이 없다.

개정안은 주민참여를 통한 주민주권 구현을 위해 주민자치회 활성화, 주민조례발안제 도입, 주민감사 청구·주민투표·주민소환 요건 완화를 비롯한 지방의회 정책지원전문인력 도입, 지방자치정보 공개 확대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투명성·책임성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공은 국회로 넘어왔지만, '자치분권 실현 교두보'란 평가를 받았던 개정안 처리는 여전히 '함흥차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직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한 공수처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로 정국이 갈수록 격화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4월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시간상, 여건상 20대 국회에서 통과하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 인구 100만 4개 대도시(창원·수원·고양·용인) 시민 등 200여 명이 지난해 8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앞서 '국회입법 ON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문구가 적힌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창원시
▲ 인구 100만 4개 대도시(창원·수원·고양·용인) 시민 등 200여 명이 지난해 8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앞서 '국회입법 ON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문구가 적힌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창원시

더불어민주당과 야당(4+1 협의체)은 오는 6일 본회의를 열어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등을 차례로 상정해 처리에 나선다. 이어 여야는 정세균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와 국회 임명동의안 의결,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등으로 숨가쁜 1월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1월 이후엔 장기간 국회 대치정국으로 뒤로 밀렸던 2020년 총선 대비 체제를 서두르면서 지방자치법 개정안 논의는 자칫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도리어 총선 정국을 개정안 처리를 위한 지렛대로 삼아 '개정안 처리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경영 경남도의회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31년 만에 개정안 처리가 무산될 처지에 놓인데 대해 지방자치를 위한 '국회 심판론'을 꺼냈다.

김 위원장은 "지방자치는 정치논리를 떠나 지역이 제대로 기능하고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되는 것"이라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에 준하는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 31년 만에 전면개정안을 어렵게 만들어 국회로 넘겼는데, 국회가 결국 이것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크나큰 손실이다. 반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 중심의 기득권 카르텔을 깨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옥석을 가려야 한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국민이 제대로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자치'를 이루겠다며 추진한 자치분권 개헌이 무산된 데 이어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안까지 물거품 될 처지에 놓인 것을 봤을 때 이른바 '기득권을 쥔 중앙정치의 저항'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조 처장은 '민심'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총선 정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극적인 여야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모든 세력이 연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처장은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이 워낙 큰 이슈였기 때문에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의제 측면에서 밀린 감이 있다"며 "'표의 압박'을 받는 총선 정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여야가 극적인 합의를 할 수 있도록 자치분권을 바라는 모든 세력이 연대해 나가자"고 말했다.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는 20대 국회. 20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오는 5월 2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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