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터 마을교사도 참여
경청·존중 태도 함양 성과
"범사회적 체계 마련되길"

지난 2017년 김해 행복교육지구에서 '회복적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회복적 학교를 통한 회복적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 취지다. 회복적 학교는 회복적 정의를 실현하는 곳으로, 잘못에 대한 처벌 위주가 아니라 피해 회복, 자발적 책임, 관계 회복, 공동체 회복 등을 이뤄나가고자 한다. 평화로운 마을 공동체를 조성하고자 대중강좌도 열고, 마을교사도 양성했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 등 사회 전반에 공동체 인식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넓혀가고자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본다.

▲ 오세연 김해봉황초 교사가 지난 12월 27일 경남도교육청 제2청사 7층 대회의실에서 '회복적 학교'에 대해 교사, 학부모들에게 설명하는 강의를 했다. /우귀화 기자
▲ 오세연 김해봉황초 교사가 지난 12월 27일 경남도교육청 제2청사 7층 대회의실에서 '회복적 학교'에 대해 교사, 학부모들에게 설명하는 강의를 했다. /우귀화 기자

◇"나부터 달라졌어요" = 김해봉황초, 구봉초, 임호중이 '회복적 학교'를 실현하고자 하고 있다. 김해 봉명중, 남해 해성중, 창원 웅동중, 창원 사파중, 창원 교방초, 합천 야로고 등 행복학교를 중심으로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회복적 마을교사는 김해, 남해, 양산, 밀양 등의 지역에서 정기 모임을 진행하면서 확산하고 있다. 학부모 등 지역민이 회복적 정의를 체득해서 연수 과정을 거친 후 학교 등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알리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김해봉황초 학부모인 김채영(49) 마을교사는 "3년째 마을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이었는데, 회복적 생활교육 연수를 받고 달라졌다.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그래서 강연을 듣고, 심화교육 연수까지 받게 됐다. 학부모들이 주축이 돼서 김해회복적생활연구회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김해 어방초, 장유초 학생을 대상으로 10회차 수업도 진행했다. 학생뿐만 아니라 수업을 준비하는 마을교사들도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신뢰 서클(둥글게 앉아서 모두가 평등하게 이야기하는 방식)을 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며 "저 자신도 달라졌다. 아이도 학교에서 또래 조정자로 활동하면서 가정에서도 엄마, 아빠 사이에 이상 기류가 느껴지면 각자 생각만 강요하지 말라면서 조정자 역할을 한다. 일상에서 교육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마을교사인 김경희(49) 씨도 "김해 장유초, 김해활천초 등에서 마을교사로 활동했다. 감정 신호등, 활동지 등에 아이들의 속내가 표현됐다. 내성적인 아이들도 서클을 반복해서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됐다. 아이들이 친구들의 말을 듣는 '경청'을 하게 됐고,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갖게 됐다. 대화를 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 김해봉황초에서 신뢰 서클을 만들어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김해봉황초
▲ 김해봉황초에서 신뢰 서클을 만들어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김해봉황초

◇회복적 생활교육, 이렇게 넓혀나가요 = 김해봉황초 교사들은 지난 2018년부터 교사 자율동아리 '따봉'을 운영하고 있다. '따뜻한 봉황'을 줄인 말이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주제로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학급 생활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오세연 김해봉황초 교사는 "'따봉'은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을 나누고, 문제, 고민거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 책 토론, 외부 강연회 참석, 전달 연수, 사례 발표 등을 하면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꾸준히 실천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따봉' 선생님이 기획해서 교직원 신뢰 서클, 연수도 했다. 올해는 학교폭력 예방을 철저히 하고자 회복위원회도 구성한다. 선생님들이 회복적 생활교육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회복적 학급 운영을 잘 해보고 싶은 선생님이 늘고 있다"고 했다.

하경남 경남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 회장은 학교 교직원이 모두 합의해 학교 전체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회복적 학교' 수를 늘리고, 학부모, 지역민 양성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의 헐 시티(Hull City)처럼 경찰, 사법기관이 회복적 정의 연수를 할 수 있게 협력체계를 갖추고, 회복적 마을교사 인력풀 등을 활용해 '회복적 정의 센터'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하 회장은 "올해 도교육청에서 회복적 모델학교를 선정할 계획이다. 실천 의지를 가진 학교가 나섰으면 한다. 대중강좌도 늘리고, 연수과정을 늘려서 철학을 공유하는 이들이 늘어야 한다. 캐나다처럼 지자체, 법원, 경찰청, 교육청, 시민단체 등이 모인 협의체가 구성돼서 범죄, 폭력 예방을 위한 회복적 정의 센터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회복적 경찰활동이 시범 운영된 바 있다. 2019년 4월부터 10월까지 15개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담당 경찰관이 소년사건 등에 대해 가·피해자에게 '회복적 대화모임' 등의 취지를 안내하고 동의하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찰청은 피해자의 피해 회복 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고, 올해부터 전국에 이를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회복적 생활교육을 도입한 경기도 지역 교사는 교육 과정 내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정착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유미 경기도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 회장은 "경기도는 2012년 처음 도입됐고, 2013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면서 확산됐다. 지금은 회복적 생활교육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진 교사가 많다. 이제는 학교 시스템에서 어떻게 반영해내는지가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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