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앞둔 마산대 교수 저자
퇴임 전 펴낸 첫 문학평론집
'시란 무엇인가'탐구·정리해

"시는 고백이었다."

문학평론가이자 김달진문학관 관장인 이성모(64) 마산대 교수가 낸 문학평론집 <고백, 시>(서정시학, 2019년 11월) 머리말 첫 문장이다. 영화로 치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제일 처음에 배치하고 그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보여주는 식이겠다. 이 문장은 과거형이다. 그래서 이렇게도 읽힌다.

"나에게 시는 고백이었다."

◇시는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 = 지역에서 오랫동안 교육자로, 문학평론가로 활동한 저자가 정년을 앞두고 낸 첫 문학평론집이다. 마치 저명한 철학자들이 만년에 '철학이란 무엇인가' 같은 책을 내면서 자신의 철학을 정리하듯, 이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평생 추구해 온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를 정리해보려는 것 같다.

'시는 고백'이라는 말은 결국 '시는 고백이어야 한다'로 연결된다. 예컨대 다음 문장을 보자.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요설의 시,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말하기에 급급하여 마음을 찾을 길이 없는 시, 온갖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가다가 진정한 말을 잃어버린 시가 많다." (157쪽 한승헌, 나태주, 배종환의 시평 중)

쉽게 말해 그가 보기에 시 흉내를 내는 시는 많고, 진짜 시를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 /일러스트 서동진 기자 sdj1976@idomin.com
▲ /일러스트 서동진 기자 sdj1976@idomin.com

◇반성과 성찰은 의무, 불안과 고독은 숙명 = "운명이 아름다운 미덕이 되는 까닭은 자신의 처절함과 만나기 때문이며, 궁극적으로 자신의 상처까지 사랑하기 때문이다." (302쪽 공영해 시 평론 중)

고백은 있는 그대로 자신을 솔직하게 마주해야 가능하다. 철저한 반성과 성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내면의 울림을 쫓아야 하기에 무척 고독한 일이기도 하다.

"자기 혼자 내쉬는 숨은 고독하지만 정직하다. 시는 본디 고독한 숨소리와 같은 고백이었다. 단 한 사람의 독자도 만날 수 없어 더욱 깊어진 외로움이 영혼을 쓸어내리는 바람 소리였다. 부끄러움을 노래한 시인이 너무 많다. 그러나 정작 스스로를 진정으로 부끄러워한 시인은 몇이나 될까." (250쪽 이서린 시 평론 중)

책에 적힌 저자의 생각대로라면 진정한 시인은 현실과 이상 사이 그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방황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하여 불안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세상이 참으로 인간을 위하고, 인간이 세상을 위하는 조화로운 날이 온다면, 오히려 그것이 시의 죽음을 가져오는 날이 되지 않을까 한다. 유토피아에 대한 몽상과 극단적인 디스토피아 사이에 서 있는 때가 오히려 생생한 모습으로 시가 살아 있을 때이다." (30쪽)

◇부끄러움은 문학의 거름 = 저자는 정식 등단 절차를 거치지는 않았다. 책에도 '제도권 평단 등단 절차와 무관하게'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그가 평생 문학과 교육 속에서 얼마나 바쁘게 살아왔는지 아는 이들은 잘 알 것이다. 오히려 그런 어중간한 부분이 저자를 더욱 문학의 길로 이끌고 온 것 같기도 하다.

"문학은 그 자체가 이상일 수 없고 이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 문학은 인간의 썩은 절망과 그 절망이 만들어 낸 허구 때문에 절망하는 늪지에 있는 것이다.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칠수록 더욱 빠져드는 절망과, 한편으로 늪지에 빠져들지도 못하는 절망 사이에 있는 것이다." (29쪽)

머리말의 마지막 문단은 '부끄럽다'로 끝난다. 결국 '시는 고백이었다. 하여 부끄럽다'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생각이겠다. 이 부끄러움이야말로 그가 여전히 괜찮은 문학평론가라는 증거 중 하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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