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일력 한 장
또 한 해가 훨훨 간다
그 뒷덜미 잡다 놓치고
나만 풀썩 주저앉아
세월이
쓰다 시다 하며
입방아나 찧고 있다.
상주(尙州) 출신 정위진 시인이 쓴 <세모유감>이란 시조 한 수! 올 한 해를 생각대로 빈틈없이 잘 살아낸 사람이 아니라면, 옳거니 싶은 회한에 자조(自嘲)도 곁들임직한 정서를 느끼게 합니다.
필자의 경우 맨 끝 구절 '입방아나 찧고 있다'를 보며 역겨운 정쟁(政爭)들을 타매(唾罵)하다가 그 구절을 '구토나 하고 있다'로 환치해 되뇌었습니다. 사르트르보다 한 수 위인(?) 실존적 자각 그 '웩'으로 이 한 해를 훨훨 보내고 싶어서.
'개가 토한 걸 도로 먹듯
어리석은 자는 그 愚行
거듭 행하느니라'고 이른
성경 구절을 정치인들이여
잘 새겨
나쁜 습관 고치어
새해엔 화이부동(和而不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