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설문 93% 만족 응답
64% "체험 활동 최고였다"
"이동시간 줄여야" 지적도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2008년 설립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생태누리 바우처(Voucher) 사업을 진행했다. 처지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자연생태를 누리는 여행의 보람과 즐거움을 주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이다. 모두 스물다섯 차례 진행했는데 시설 거주 어린이·청소년과 노인, 장애인·다문화가족 등이 대상이었다.

반응은 어땠을까? 참여한 기관·단체 몇몇 곳에 전화로 물어보았더니 '좋았다, 또 가고 싶다'가 전부였다. '생태·습지·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체험 위주'로 활동이 펼쳐진 데 대한 만족도가 특히 높았다.

◇좋은 평가가 대부분이었지만

함양연꽃의집(장애인)은 역사·문화와 환경·생태를 한데 아우른 다양성을 높이 샀다. "문화·역사 분야로 가야테마파크를 가고 이어서 화포천습지생태공원 탐방을 했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산책도 하였으며 마름으로 목걸이를 만드는 체험, 생물 관찰을 함께했다. 등산, 박물관, 영화 등 단일 주제 나들이가 아닌 성격이 다양하고 복합적인 여행은 처음이었다." 또 시설 거주 장애인은 보호자와 함께 여행하는 기회가 드물었는데 이번에 함께하는 기회를 누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진주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다문화가정)는 가족 단위 여행으로 하룻밤을 지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상이 깊었다고 했다. "보통은 아이들만 가거나 부모들만 가는데 아이와 부모가 함께해서 좋았고 집 바깥에서 한 가족이 한 이불 밑에서 잠자리를 하는 드문 기회여서 더욱 좋았다."

가야산 해인사 소리길을 걷고 우포늪 생태체험장과 잠자리나라를 둘러보았는데 곤충 채집을 해보고 물고기를 잡아보는 등 손과 발로 꼼지락 질감을 느끼는 생태체험도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하였다. 이 같은 체험활동은 동행한 부모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어 가정으로 돌아가서는 주변 자연 소재 활용 교육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만 가거나 이주민 여성들만 갔어도 보람과 성과가 있었다. 여행 주체가 지닌 특성에 걸맞게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만족도를 높이고 호응도 얻을 수 있었다. 통영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그랬다. 아이들은 남해를 찾아 양떼·나비 체험에 카약 타기와 물놀이를 더하고 결혼이민자들은 창원 편백의 숲에서 족욕과 명상, 차 마시기와 편백비누 만들기, 숲 거닐기를 하였다. 체험을 다양하게 하였고 한국에서 친구를 사귀는 계기도 되었다는 얘기들이었다.

진해노인종합복지관(독거노인)은 나들이 자체만으로도 좋았다고 했다. "밀양으로 버스 두 대로 다녀왔다. 독거 어르신들은 이런 기회가 사실상 거의 없는데 주어졌다는 자체만으로도 외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서로 대화도 나누고 사귀는 모임도 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점심도 맛나고 깔끔했는데 선물까지 마련해주었으며 특히 얼음골케이블카를 타고는 너무 즐거워하셨다." 도우미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나온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인원이 너무 많아 어수선하고 진행이 잘 안 될까봐 걱정스러웠는데 현지 자원봉사를 나온 분들이 많아서 만사가 순조로웠다고도 하였다.

마산애육원(시설 거주 어린이·청소년)도 비슷한 평가를 내놓았다. 나들이 기회 자체가 드문 형편인데 그래서 좋고 고마웠다는 얘기다. "남해로 멀리 가는 바람에 많은 데를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자기 몸을 써서 부대끼는 체험이라 다들 뿌듯해했다. 특히 양떼목장에서 먹이도 주고 양몰이도 해보았는데 이상하게 생긴 양 모습에 처음에는 무서워했는데 나중에 온순한 줄 알게 되면서 참 재미있어했다. 암컷 젖짜기도 해보았는데 아이들한테 따뜻한 감촉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아쉬운 소리도 없지는 않았고

물론 개선을 바라는 소리도 나왔다.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경우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시간이 많을 수 있고 청·장년층에는 평탄한 길도 걷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한 사전 점검이 좀더 세밀했으면 더욱 좋았겠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남해를 찾은 경우는 버스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바깥에서 보낸 시간보다 많았다는 것도 있었는데 이는 탐방 지역을 조정하거나 코스를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얘기였다. 문화관광해설사가 걸맞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는 아쉬움이나 좀더 소그룹으로 나누면 좋겠다는 희망도 나왔다.

◇여행도 이제는 복지 관점에서 봐야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의 2019 생태누리바우처에 대한 반응을 보면 '이런 기회가 주어진 자체가 고맙고 좋았다'가 언제나 앞자리에 놓이고 있었다. 어지간하면 대부분이 아무렇지 않게 이런 정도 여행 기회는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십상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반증으로 여겨졌다. 어쩌면 부익부빈익빈이 이런 데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람사르재단이 자체 조사한 설문 결과에서도 이는 그대로 나타났다. 이번 바우처 사업에 참여한 620명에게 생태체험 프로그램 참여 경험을 물었더니 절반을 훌쩍 넘은 365명 58%가 전혀 없었고 127명 20%가 한 차례 있었다. 두 차례라고 답한 이는 77명 12%였으며 세 차례 이상은 열에 하나도 되지 못하는 7% 51명에 그쳤다.

이에 대해 람사르재단은 "생태관광을 해본 경험이 없거나 적은 사람들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한 덕분에 높은 만족도가 나왔다"면서 "참가자 특성을 파악하여 좀더 세밀하게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한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대상과 영역을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이 밖에 만족도에 대해서는 591명이 답했는데 매우 만족 65%, 만족 28%로 절대다수인 93%가 흡족해했으며 보통은 4%, 불만과 매우 불만은 각각 0.5%와 0.3%였다. 특별히 만족스러운 사항(중복 가능)은 650명에게 물었는데 체험 프로그램 내용이 422명 64%로 가장 많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탐방 시설(107명 16%) 해설사 안내(104명 16%)가 차지했다. <끝>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