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현 작가 동화책 출간
기다림·사랑 담은 이야기
아버지 노동환 응원 연주

클래식 기타리스트 아버지와 동화 작가 아들이 함께 준비했다는 말에 솔깃해 찾은 자리였다.

26일 오후 7시 롯데백화점 마산점에서 열린 조두현(38) 작가의 동화책 <사막의 한가운데서 나그네를 기다리는 슬픈로뎀나무는…>(창연출판사, 2019년 12월) 출판기념회.

조두현 작가는 2003년 대학교 2학년 때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돼 등단했다. 틈틈이 써둔 동화를 우연한 기회에 제출했다가 당선까지 돼버렸다. 16년 만에 낸 첫 동화책이다.

그동안 동화보다 뮤지컬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벌여온 까닭이다. 그가 쓴 남한산성뮤지컬 <달을 태우다>는 2016 대한민국연극대상 베스트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노동환(64) 씨다. 1982년 역시 기타리스트인 동생 때문에 마산을 찾았다가 마산 수정 앞바다에 반해 그 길로 마산에 정착해 살고 있다.

그는 영화음악, 올드 팝, 세미클래식을 중심으로 한 '크로스오버(다양한 장르가 섞임)'의 대가로 지난 40년간 공연 횟수만 4000회가 넘는다.

▲ 〈사막의 한가운데서…〉조두현 지음.
▲ 〈사막의 한가운데서…〉조두현 지음.

이날 행사는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앉아 책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연주를 곁들이는 방식이었다. 부자로서는 의미가 깊은 자리였다. 부모의 재혼으로 부자의 성이 다른 이야기는 물론 성장 과정에 자신의 생각을 이해해주는 이가 없어 외로웠던 아들의 고백과 함께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장성한 아들에 대한 뿌듯함이 묻어나는 대화였다. 이런 모습을 관객 뒤에서 어머니가 흐뭇하게 바라봤다.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이라기엔 글자가 작고 내용이 깊다. 조 작가는 '베드타임 스토리'로 만든 책이라고 설명했다. 엄마나 아빠가 아이들 머리맡에서 조곤조곤 읽어주기 위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전체적으로는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다. 사막 한가운데서 나그네를 기다리는 슬픈로뎀나무가 주인공이다.

"너는 사막의 한가운데서 뜨거운 햇살을 가리고 그늘을 만들고 떠나간 나그네를 기다리는 슬픈 로뎀나무의 이야기를 알고 있니? 그건 아주 오래된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란다."(22쪽)

큰 이야기 안에 작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작가가 그동안 틈틈이 쓴 동화를 녹여 낸 것이다. 작은 이야기들은 모두 사랑을 주제로 했다. 먼저 별들이 부르는 노래를 배경으로 샛별을 사랑한 작은 올빼미 이야기가 있다.

"알아요. 당신에게 다가가면 그 눈 부신 빛으로 인해 내 눈이 멀게 될 거라는 걸. 그럼에도 당신에게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가 당신을 사랑한 까닭이에요."(63쪽)

그리고 마음의 왕국 얼음공주를 사랑한 실연의기사 이야기가 이어진다.

▲ 함께 출판기념회를 연 부자, 노동환 클래식 기타리스트와 조두현(왼쪽) 동화작가.<br /><br /> /이서후 기자
▲ 함께 출판기념회를 연 부자, 노동환 클래식 기타리스트와 조두현(왼쪽) 동화작가.

/이서후 기자

"친구들이여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오. 왜냐하면, 내가 공주를 진정 사랑하는 까닭이라오. 사랑은 그런 것이오. 죽을 걸 알면서도 뛰어들어가 그것만으로 행복해하는 것. 내게 공주는 바로 그런 사랑이오."(75쪽)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찾아나선 매미 이야기도 있다.

"내 노래를 듣고 행복해하는 이가 있으면, 그에게 내 노래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노래란다. 그건 재능보다, 또한 기술보다, 더 중요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지. 노래는 사랑하는 이 바로 그 자체란다. 내 노래를 들어주는 이가 있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노래를 부르고 있던 셈이지."(113쪽)

그리고 책 곳곳에 아버지 노동환 씨가 책을 위해 특별히 연주한 곡을 휴대전화로 들을 수 있도록 큐아르(QR)코드가 있다. 전부 21곡이다.

어쩌면 세세한 내용은 크게 상관없는지도 모른다. 작가가 강조했듯, 아이를 재우려고 들려주는 자장가 같은 책이다. 결국, 이 책의 완성은 노동환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배경으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빠나 엄마의 음성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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