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4가구 후분양에 390명 신청
분양가 할인·옵션 제공도 무용
공급 과잉 탓 미분양 해소 난망

후분양 공급으로 관심을 끈 부영 '창원월영 마린애시앙' 청약 접수가 대거 미달로 마감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에 공급한 '창원월영 마린애시앙'은 모집 가구 수가 430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지만 1·2순위를 합쳐 불과 390명이 신청하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3년 전보다 몸값을 낮춰 승부수를 걸었지만 청약접수에서 공급물량의 10%도 받지 못한 것이다. 경남·창원지역 미분양률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치솟게 한 '창원월영 마린애시앙'이 청약 흥행에 실패하면서 지역 부동산경기 침체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순위 4284가구 공급에 390명 신청…공급물량 10%도 안돼 = 27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창원월영 마린애시앙'의 지난 24일 1순위 청약접수 결과 전체 4284가구 모집에 1순위 당해지역과 기타지역을 모두 합해 286건 접수에 그쳤다. 26일 진행한 2순위 청약을 다 합쳐도 390건에 불과했다. 공급 물량의 무려 90%인 3894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청약을 마쳤다. 내년 1월 2일 당첨자를 발표하고 13~15일 계약 체결을 진행한다.

해당 단지는 지난 2016년 선분양을 시도했으나 전체의 4.1%에 불과한 177가구만 계약이 체결됐다. 분양률을 부풀려 국토교통부에 신고한 부영은 결국 위약금을 물고 계약 취소 절차 후 후분양으로 전환해 공사를 진행했다.

부영은 이번에 후분양으로 공급하면서 분양가와 옵션 등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선분양에 나섰던 3년 전에 비해 분양가를 전용 3.3㎡당 100만 원가량 낮췄다. 당시 분양가는 평당 980만 원 대였는데, 이번 분양에서는 3.3㎡당 800만~860만 원대에 분양됐다.

집을 직접 살펴보고 분양을 결정할 수 있는 '준공 후 분양'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여기에 분양가 50%만 납부해도 입주할 수 있게 했다. 나머지 50%는 2년 분할 납부해도 되며, 선납 시 4% 할인 혜택도 준다. 전 가구 스마트 오븐레인지, 식기세척기, 김치냉장고, 시스템 에어컨, 발코니 확장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통상적으로 후분양을 진행하면 선분양 때보다 분양가가 늘어난다. 선분양으로 생기는 분양 수입이 없어서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금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영은 다양한 옵션비용을 포함해 분양가격을 낮췄다. 사업 지연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난 만큼 최대한 계약률을 끌어 올려 자금을 최대한 빨리 회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몸값을 낮춰 승부수를 띄웠지만 결과적로 통하지 않았다. 선분양 못지 않은 저조한 실적으로 이번에도 청약 흥행을 이끌지 못했다.

▲ 창원월영 마린애시앙 단지 내 모습. /문정민 기자
▲ 창원월영 마린애시앙 단지 내 모습. /문정민 기자

◇지역 부동산 침체 계속될 듯…대책 마련 필요 = 이번 분양을 앞두고 찬바람이 부는 지역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다.

부영 측은 "최근 창원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서 분양률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창원시 역시 대단지 분양으로 현재 떠안고 있는 미분양 물량을 털고 주택시장 침체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이 단지의 분양 결과로 창원 주택시장 전망을 가늠할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그럼에도 해당 단지 청약이 실패한 이유는 지역 아파트 공급 과잉과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인 것으로 분석된다.

마산합포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분양가나 단지 입지는 나쁘지 않지만 시장이 아직 살아나지 않은 상태다. 매수심리 위축과 공급과잉으로 실수요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안 좋으면 이사도 잘 안 갈뿐더러 집도 사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옛 창원 지역과 상황이 다른 마산지역 부동산 시장 경기도 반영됐다. 성산구, 의창구 중심으로 조금씩 주택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옛 창원 지역과 달리 이 단지가 속한 마산합포구는 여전히 경기 하강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창원과 마산은 주택시장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마산은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거의 없다"며 "특별히 인구 유입 요인도 없어 마산 내에서 대단지 수요를 충족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지가 들어선 곳이 집중호우 때마다 물난리가 반복된 상습 침수지라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해운동·월영동은 큰비나 태풍 때마다 물에 잠기곤 했다. 인근 사람들은 물난리로 겪는 불편함을 누구보다 알기 때문에 이 단지로 이사를 선뜻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창원월영 마린애시앙'의 저조한 청약 성적으로 창원지역 미분양 위험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3년여간 4000가구 이상이 통째 미분양되면서 창원시는 미분양 늪에 빠졌다. 창원시는 2016년 9월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됐으며, 지난 10월 기준 시 미분양 5862가구 중 73%를 이 단지가 차지하고 있다. 마린애시앙 탓에 경남은 전국에서 미분양 가구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 됐다.

이 같은 상황에도 시의 부동산시장 불안 요인이 당장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300가구에 달하는 후분양 물량을 소화하는 데 상당 기간이 필요할 뿐더러, 계약을 했지만 이탈하는 사례도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산지역에 입주 물량이 여전히 많은 점도 걱정이다.

이에 지자체 차원 미분양 주택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한 부동산 전문가는 "미분양 물량이 많다는 건 그만큼 지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미분양이 해소돼야 기대 심리가 살아나고 지역 부동산 경기도 살아난다. 건설사뿐만 아니라 시 차원에서도 이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고 주택 시장 회복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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