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경영 속 기자들 자정 노력 빛나
언론 편집권 독립·독자 구독 후원 절실

경향신문은 지난 13일 SPC 파리바게뜨 관련 중국 법원 판결 내용을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여 1면과 22면에 게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SPC 측은 사전에 광고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를 요청했고 광고국장은 곧바로 경향신문 사장에게 직접 보고했다. 이후 협상의 과정에서 기사 삭제에 5억 원 상당의 협찬을 제공한다는 거래가 성사되었다. 사장은 편집국장과 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를 요청했고 편집국장은 이의제기하지 않았고 해당 기자는 불가피하게 동의 후 사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는 해당 사건을 경영진의 편집권 침해로 규정하고 사장과 편집국장, 해당 기자의 면담을 거쳐 책임자의 사퇴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으며 사건 전말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사건이 고발뉴스에서 제기되었는데 '지난 2013년 5월 9일 <파리크라상 '가맹점 인테리어 강요' 돈벌이 과징금>, <파리크라상, 세무조사 직전 매출기록 삭제 논란> 등의 기사를 내리는 조건으로 SPC가 고발뉴스에 광고를 주겠다고 제안'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사실 언론학에서 언론의 편집권 독립, 그리고 뉴스와 광고의 구분은 고전적 주제에 해당한다. 그러나 온라인화와 무료화를 거쳐 신문기업이 처한 열악한 경영환경을 고려하면 언론의 편집권 독립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신문기업의 경우 매출 정체와 감소가 계속되고 있어서 임금과 복지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방송보다는 신문이, 서울보다는 지역 신문이, 발행 부수가 적은 신문이 광고와 협찬의 유혹에 더욱 취약하다. 이와 같은 환경의 결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한국 언론 신뢰도이다. 최근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한국 언론 신뢰도가 조사 대상 38개국 중 최하위, 그것도 4년 연속 최하위라고 보고되었다.

신문 기업의 열악한 경영 조건을 잘 아는 상황에서 신문사 내부에서 조용히 처리하는 방안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경향신문지회의 공개 결정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경향신문 기자들의 기자정신과 언론관이 살아있으며 수용자들은 기자들의 자정 능력과 언론의 노력에 큰 신뢰를 보내줄 것이다.

이렇게 칼럼을 마무리하기에는 뭔가 팥소 빠진 찐빵 같다. 그래서 뉴스 제작과 소비 측면에서 해결 대안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먼저 경향신문을 포함한 모든 언론사에 편집권 독립을 유지하고 기사와 광고를 분명하게 구분해줄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 언론학 이론에 따르면 독자의 구독이나 후원이 병행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언론은 광고와 기업의 압력에 무기력해진다. 수용자 입장에서 신뢰받고 독립된 언론을 원한다면 해당 언론사를 후원이나 구독해서 좋은 언론과 나쁜 언론을 구분해야 한다. 언론의 무료화와 독자의 무임승차를 극복할 방안을 찾지 않는다면 한국 언론 신뢰도 회복이 요원할 것이라는 점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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