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 등 혹평 만만찮지만
화려한 배경과 퍼포먼스
용서·관용 등 주제 돋보여
가족들 즐기기에 안성맞춤

인도에서 가장 큰 영화관 라지만디르(RAJ MANDIR)에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많이 알려졌듯이 발리우드 영화는 마치 뮤지컬 영화 같다. 극이 전개되다가 갑자기 배우들이 춤추며 노래한다. 그때마다 관객들이 일어나서 손뼉을 치고 환호하는데 당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영화 <캣츠(Cats)>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박자에 맞춰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칠 '뻔'했다. 이제야 인도 관객들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다.

흔히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캣츠>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 영화 <캣츠>(감독 톰 후퍼)가 지난 24일 개봉했다.

많은 기대를 했던 한국 관람객은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한 차례 대혼란을 겪었다. 북미 첫 공개 후 악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 영화 <캣츠>에서 봄발루리나(테일러 스위프트 분)가 고양이들이 1년에 한 번 여는 젤리클 축제에서 캣닙(개박하)을 뿌리고 있는 장면. /유니버설 픽처스
▲ 영화 <캣츠>에서 봄발루리나(테일러 스위프트 분)가 고양이들이 1년에 한 번 여는 젤리클 축제에서 캣닙(개박하)을 뿌리고 있는 장면. /유니버설 픽처스

개인적으로 한 평론가 표현대로 '예방주사 효과' 때문인지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고양이들의 훌륭한 퍼포먼스, 무대를 벗어난 다채롭고 화려한 배경, 클래스는 영원한 음악들….

영화 <캣츠>는 1년에 단 하루,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을 젤리클 고양이를 뽑는 운명의 밤에 벌어진 이야기를 그렸다. 뮤지컬 캣츠는 T.S 엘리엇이 아이들을 위해 쓴 시 여러 편을 엮어 만든 작품이고, 영화는 이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국외 평론가들이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비주얼이다. 영화는 뮤지컬과 달리 배우 얼굴에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해 고양이 모습을 표현했다.

이 때문에 인간 아닌 무엇이 인간을 닮은 정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급격히 거부감이 든다는 '불쾌함의 골짜기(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현상이 생겨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아무래도 낯선 고양이 모습이 눈에 익는 데 얼마간 시간이 걸리기는 한다. 하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움직이는 귀와 꼬리, 생생한 털 표현은 사실감을 더했다는 인상을 준다.

또 하나 논란이 됐던 '바퀴벌레 먹는 장면'도 이해 가는 면이 있다. 사람이 분장한 바퀴벌레라 기괴해 보일 수 있으나 <캣츠>라는 장르 특성상 어쩔 수 없었으리라.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이다.

오히려 영화는 뮤지컬이 가진 공간의 한계를 훌훌 털어버리고 영국 런던 뒷골목을 구석구석 활보하며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준다.

고양이 크기로 줄어든 배우들은 자동차 위를 날렵하게 뛰어다니고 쓰레기통을 뒤져 포식을 하기도 한다.

여러 각도에서 보이는 배우들 퍼포먼스는 웅장하고 화려하다. 거대한 군무 행렬부터 배우 한 명 한 명의 표정까지 영화만이 가진 무기를 잘 활용했다.

발레와 현대무용, 브레이크댄스까지 고양이처럼 날쌘 배우들은 다양하고 수준 높은 춤으로 관객들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영화를 끌고 가는 어린 고양이 빅토리아 역 프란체스카 헤이워드는 세계적인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답게 우아한 몸짓을 뽐낸다.

<캣츠>를 말하면 빼놓을 수 없는 테마곡 'Memory(메모리)'는 사연 많은 고양이 그라자벨라 역 제니퍼 허드슨이 불렀다.

제니퍼 허드슨의 흠잡을 데 없는 가창력에 지난날을 회상하며 느끼는 묘한 감정을 실어 보는 이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봄발루리나 역을 맡은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가 선보이는 노래와 춤 또한 놓치기 아깝다.

이 밖에도 매력적인 고양이 럼텀터거, 기차 고양이 스킴블샹스 등이 보여주는 신나고 화려한 퍼포먼스는 절로 몸을 들썩이게 한다.

▲ 영화 <캣츠>에서 젤리클 고양이들이 1년에 한 번 여는 축제에 나타나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봄발루리나(가운데). /유니버설 픽처스
▲ 영화 <캣츠>에서 젤리클 고양이들이 1년에 한 번 여는 축제에 나타나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봄발루리나(가운데). /유니버설 픽처스

톰 후퍼 감독이 말한 주제 '용서, 관용, 친절'도 돋보인다. 그라자벨라 등장은 다소 불친절하다. 하지만 인간으로부터 버림받은 젊은 고양이 빅토리아가 산전수전 다 겪고 무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그라자벨라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은 봄 햇살처럼 따스하다. 좋았던 시절, 행복의 의미를 알던 때를 그리워하는 그라자벨라는 빅토리아 도움으로 고양이 천국으로 떠난다. 나와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요즘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눈을 뗄 수 없도록 꽉꽉 채운 볼거리에도 지루함이 느껴진다면 기본적으로 <캣츠>가 가진 단순한 서사 탓일 테다. 영화에 맞도록 빅토리아 성장 이야기를 추가했으나 일반적인 영화에서 보여주는 복잡한 스토리와 미묘한 감정라인 등을 기대하는 관객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영화 <캣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에 집중한다면 즐겁게 볼 수 있을 테다.

뮤지컬의 감동이나 감독에 대한 큰 기대를 버린다면 연말연시 가족과 함께 편하게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다. 평론가들의 혹평에 겁내지 말고 직접 평가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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