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편견·실수·오해 발생은 프레임 탓
내 프레임을 바꾸는 용기와 지혜 필요해

"그런 생각은 잘못된 프레임 아닌가요?" 그가 이 말을 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 글을 쓸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또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내 말 속에 얼마나 많은 프레임이 들어 있었으며, 나의 프레임으로 말미암아 타인들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을지 반성하는 시간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금테 안경>이란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그는 내가 주인공(성소수자)의 사랑에 관해 단정지어 말하자 "사람들은 동성애를 잘 모르면서 마치 잘 아는 듯이 말하는데, 그게 바로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또 "누군가를, 어떤 상황을 이해한다고들 말하지만, 그것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아차! 내 생각대로 남을 재단하고, 판단한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급습해왔다.

잘못된 나의 프레임은 일반화의 오류에서 비롯될 때가 잦다. 열 명 중 서너 명이 옳다고 하면 그 문제가 옳은 것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영어는 어렸을 때부터 외국인에게 배워야 한다, 아이돌이 되려는 아이들은 공부를 못한다, 저 집단에는 원래 저런 사람들만 모여 있다, 저 사람은 원래 저렇지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인간 관계에서도 프레임은 작용한다. 잘 알지 못하고 깊은 이야기도 나눠보지 않은 친구에 대해 다른 친구 여러 명이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면 나도 그 친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한 번도 부딪쳐보지 않은 사람인데도 누군가 그 사람을 험담하거나 비판하면 다음에 만났을 때 나쁜 프레임을 갖고 보게 된다.

부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 남자와 여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장애인과 비장애인, 취업자와 실업자 등 사회적 프레임도 무궁무진하다. 더욱이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 프레임이 정치인 잇속을 추구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언론을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경남도민일보>에 '빨갱이 신문'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지역민도 아직 있다.

스스로를 프레임에 가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는 자존심이 세다, 슈퍼우먼이다, 완벽주의다, 일벌레다 등 자신을 틀 속에 집어넣는 방식이다. 프레임을 긍정보다 부정으로 인식하는 것 또한 프레임이다.

<프레임>이란 책을 쓴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의 착각과 오류, 오만과 편견, 실수와 오해는 프레임에 의해 생겨난다"면서 "자신의 한계를 깨달았을 때 경험하는 절대 겸손, 자기중심적 프레임을 깨고 나오는 용기, 과거에 대한 오해와 무지를 인정하는 지혜를 발휘해 프레임을 리프레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 나는 어떤 프레임이 될 것인가. 최 교수는 이렇게 조언한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타인의 힘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나의 힘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둔감하다. 내가 누군가에게는 또 하나의 프레임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한다면, 더 나은 나를 창조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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