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봉황초 '신뢰서클·또래 조정자'등 교육…학폭 건수 감소·책임감 높이기 성과

김해 행복교육지구에서 지난 2017년 '회복적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회복적 정의를 실현하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자는 내용이다. 회복적 정의는 '잘못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응보적 정의가 아니라, 피해자의 실질적 회복, 잘못을 한 사람의 자발적 책임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를 실천하는 교육이 '회복적 생활교육'이고, 학교에서 구현하는 것이 '회복적 학교'다. 경남에서는 김해봉황초, 구봉초, 임호중 등이 '회복적 학교'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 23일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3년째 회복적 생활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김해봉황초를 찾았다. 우조현 교장, 윤혜정 교무부장, 오세연 교사, 황진희 교사, 허연주 교사, 고다언 학생을 만나서 회복적 생활교육의 시작, 실천 과정 등을 물었다.

▲ 김해 봉황초등학교 우조현 교장과 교사, 학생이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김해 봉황초등학교 우조현 교장과 교사, 학생이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회복적 생활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해봉황초가 2015년 경남형 행복학교 1기로 선정되면서 교육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접근하게 됐다. 행복학교를 추진하면서 우리 학교는 생활지도가 너무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다. 아이들 폭력이 일상화돼 있었다. 선생님이 아무리 수업을 고민하고 준비해도, 아이들끼리 싸워서 수업이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대책을 고민하게 됐고, 2017년 김해행복교육지구 회복적 도시 만들기 사업을 하기로 했다. 한국평화교육훈련원에서 원장이 와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학교에서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그때부터 실천하게 됐다. 2017년부터 특색교육 사업으로도 '회복적 학교'를 추진하고 있다." (오세연 교사)

- 어떤 방식으로 실현하고자 했나.

"학기 초에는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감정신호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들이 등교하면 교실 게시판에 초록, 노랑, 빨강의 감정신호등을 표시한다. 초록은 기분이 좋고, 노랑, 빨강이면 주의해서 다뤄달라는 것이다. 친구들과 교사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알리는 것이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일기도 학급에서 함께 쓴다. 학생들의 생각을 나누면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평화적 학급 운영을 위해 '신뢰 서클'을 운영한다. 논의할 사안이 생기면 동그랗게 원형(서클)으로 앉아서 평등하게 모두가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다." (황진희 교사)

- 어떤 상황일 때 학생들과 '신뢰 서클'을 여나.

"학기 초반에는 친구들이랑 사귀는 방법, 사과,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 등을 서로 이야기한다. 교사가 월별로 질문을 준비해서 다 같이 둘러앉아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가져와서 얘기를 하기도 한다. 이제는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끼리 '신뢰 서클'로 얘기할 시간을 달라고 한다. 학생들끼리 얘기가 잘 안 되면, 저에게 중재를 서달라고 한다. 선생님이 개입하기보다는 선생님이 보는 자리에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 학생이 친구 물건을 주우면 그대로 주지 않고 화장실에 두거나 숨기는 행동을 했다. 여러 번 이런 일이 생기자 학생들이 이 건으로 대화를 했다. 그런 행동을 하는 학생에게 왜 그렇게 하는지를 묻자, 그 학생은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랬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그러면 그 친구와 일대일로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점심때 짝꿍을 정해서 그 친구와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이제는 학생들이 친구끼리 다툼이 생기면 해당 학생끼리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나선다." (황진희 교사)

▲ 김해 봉황초등학교 허연주 교사가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br /><br />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김해 봉황초등학교 허연주 교사가 회복적 생활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사실 학생들의 반응이 가장 궁금하다. 학생들이 달라지고 있나.

"4, 5학년 때 또래 조정자로 활동했다. (또래 조정자는 학생들끼리 다툼이 생겼을 때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래 조정자 교육을 받았지만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됐다. 5학년 때 한번 더 연수를 받으니 이해가 잘 됐다. 싸움을 중재할 때 친구 한 명 한 명 얘기를 다 듣고 문제를 풀려고 한다. 친구들이 힘들면 저한테 얘기하거나 전화를 하고 고민 상담을 한다. 얼마 전 우리 반 남학생 2명이 넘어져서 한 명이 살짝 다쳤다. 그것으로 둘이 싸우다가 한 친구가 선생님을 찾으러 가려고 했다. 한 친구가 '네가 가서 얘기해봐라'고 해서 두 친구 얘기를 들었다. 한 친구는 다쳐서 화가 났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욕을 해서 화가 났다고 했다.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사과를 했다. 지금 둘이 잘 놀고 있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하기 전에는 선생님이 중심인 학급이었는데 이제는 학생들끼리 함께 결정하는 일이 많아졌다. 서로 경청하게도 됐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학생이 학생에게 하는 행동을 우리끼리 정해서 '존중의 약속'을 지키고자 한다." (6학년 고다언 학생)

- 좋은 취지라는 것은 알겠지만, 학생 수나 학생 등에 따라 차이가 커서 실제로 진행하는 게 어려울 것 같다.

"최종 목적은 공동체 회복이기 때문에 교사, 학생, 학부모가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이 가야 한다. 사실 힘든 부분은 해마다 구성원이 바뀐다는 것이다. 새로운 교사, 학부모, 학생들은 또 새로 회복적 생활교육을 익혀야 한다. 사건이 생기면, 처벌을 받는 데 익숙한데, 당장 몸으로 익혀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계속 넓혀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교직원 다모임 등을 통해서 꾸준히 둥글게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사안이 발생하면, 선생님이 결론 내서 하면 빨리 끝나지만, 빨리 처벌한다고 끝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윤혜정 교무부장)

▲ 김해봉황초 회복적 또래조정자 활동 모습. /김해봉황초
▲ 김해봉황초 회복적 또래조정자 활동 모습. /김해봉황초

- 학교폭력 건수에서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가 있나.

"지금 초·중·고 모든 학교가 학교 폭력 때문에 학생, 학부모 걱정이 많다. 우리 학교는 학교 폭력이 많이 줄었다. 2017년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개최 건수가 8건이었지만, 회복적 생활교육 적용 이후인 2018년에는 2건이었다. 올해는 지금까지 1건이다. 이 정도 규모 학교에서 보통 학교 폭력은 10건 정도 발생한다. 학생들이 작은 다툼이나 감정싸움은 스스로 해결하는 자정 능력이 생기고 있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깊어졌다. 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인데, 학교폭력예방법 절차는 사법기관처럼 조사하고 벌을 주게 돼 있었다. 올해 9월 학폭법이 일부 개정돼 경미한 사건은 학교장이 종결하는 학교장 종결제가 시행된다. 내년부터는 학교에서 학생 간 문제가 생기면 관계 회복을 위한 일을 할 수 있게 회복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우조현 교장)

- 왜 '회복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나.

"저부터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제가 그동안 아이들 지도 잘한다고 한 부분이 대부분 응보적인 것이었다.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정의롭다고 생각한 부분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하게 됐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저를 도전하게 하고, 변화하게 했다."(허연주 교사)

"회복적 교육을 접하지 않았던 학생들에게 '존중의 약속'을 함께 정하자고 했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자, '운동장에 나가서 뛰어요', '엉덩이로 이름 써요'라고 벌 받는 것을 답했다. 그런데, 회복적 생활교육을 받은 후에는 '사과를 해요', '편지를 써요' 등으로 '어떻게 하면 속상한 마음을 덜어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스스로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 남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게 학생들이 달라지고 있다. 이게 학교에서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황진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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