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끝 오늘 본회의
의결정족수 충족 가능 전망
비례정당 총선 영향에 촉각

내년 총선 '게임의 룰'이 될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6일 또는 27일에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주도해온 이른바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가칭 대안신당)가 23일 마련한 이 개정안에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지만 표결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법상 특정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끝나게 돼 있다. 즉 앞선 임시국회 기한이 25일로 끝난 만큼,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선거법 개정안은 26일 새로 시작되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수 있다. 다만 한국당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상태라 선거법 처리는 27일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당은 홍 부총리가 4+1 협의체 예산안 심사에 협조해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며 탄핵소추안을 발의, 지난 23일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하기에 26일 본회의가 열린다면 표결을 피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4+1' 협의체가 2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선거법 표결에 들어가는 '속도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4+1 각 정당 의석 수를 합치면 의결정족수(148석)를 가뿐히 넘긴 160석에 이르기에 표결 때 가결에도 문제가 없다.

4+1이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간으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현행(253석 대 47석)대로 유지하고 연동형 적용 상한(30석·연동률 50%)을 두는 것을 주내용으로 한다. 나머지 비례 의석 17석은 현 제도대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병립형으로 배분된다. '중진 의원 구제용' 등으로 비판받은 석패율제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으며, 비례 의석 배분을 위한 정당득표율 하한선(봉쇄조항)도 기존처럼 3% 이상으로 했다.

4+1 입장에서 고민은 선거법 처리보다는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제에 대응해 창당을 공식화한 소위 '비례한국당'이 새 제도와 내년 총선에 미칠 파장으로 보인다.

▲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사흘째 이어진 25일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이 대신 사회를 보던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교대해 의장석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사흘째 이어진 25일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이 대신 사회를 보던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교대해 의장석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반헌법적 비례대표제(연동형 비례제)가 통과되면 곧바로 저희는 비례대표 정당을 결성할 것임을 알려드린다"며 "이렇게 되면 민주당도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어야 할 거고, 그럼 정말 이상한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선거법이 개정돼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면, 민주당·한국당처럼 지역구에서 상대적으로 강세인 정당은 비례 의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연동형 비례제는 특정 정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정당득표율에 못 미치는 의석을 확보할 때 비례 의석으로 이를 채워주게 돼 있어 지역구 의석은 적으나 당 지지율이 높은 정의당 등이 유리하다.

비례한국당, 즉 위성정당 창당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한국당 나름의 고육책으로 일종의 '꼼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뿐더러 그 실효성·현실성 측면에서 논란이 적지 않다.

개정 선거법에 최근 정당 지지율을 대입해 시뮬레이션하면, 위성정당이 없을 때 한국당의 비례 의석은 전체 47석 중 10여 석에 그치지만 위성정당 창당 때에는 30여 석까지 가능하다는 계산이 있어 한국당은 전혀 손해 볼 게 없다는 태도다.

물론 이는 20~30% 수준인 최근 한국당 지지율 전부를 위성정당이 흡수한다는 가정 하의 계산으로 실제 선거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은 24일 논평을 통해 "비례한국당은 창당 실무상의 난관과 창당 후 각종 제약에 따른 선거운동의 비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망상에 가까운 발상이라는 것이 중론"이라며 "무엇보다 당내 기득권에 목을 매는 자들이 넘치는 판에 제 한 몸 희생해서 비례한국당으로 건너갈 인사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비례한국당 창당 선언은 목전에 다가온 선거제 개혁을 어떻게든 좌초시켜보겠다는 허황된 최후의 공갈"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 측은 그러나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이나 당을 상징할 만한 정치인이 비례한국당으로 대거 이동하면, 정당투표 기호 앞순위를 확보할 수 있는 등 그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심지어 황교안 대표가 비례한국당으로 이동하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더 혼란스러운 상황은 민주당이 한국당에 맞대응해 또 다른 위성정당인 '비례민주당'을 창당하는 경우다. 민주당은 "비례한국당은 한국당에 대한 국민 심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거리를 두는 분위기지만, 한국당에 1당을 빼앗기거나 총선 패배가 예상되면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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