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선점하면 수 싸움 유리해
삶도 각자 나아갈 길 다르지만
낙담만 하면 무수한 기회 소멸

포석이란 바둑에서 집을 차지하기 유리한 요소에 돌을 놓은 것이다. 주로 3선(실리선)과 4선(세력선)에 놓으며 상대가 침입했을 때 공격과 방어가 용이하도록 돌을 벌려놓은 것이다. 서로 귀를 먼저 차지하고 나면 보통 상대의 귀에 놓인 돌에 걸치거나 자신의 귀를 굳히기도 하며 서로 대치하고 있는 중앙에 놓아 중반으로 들어가기 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도 한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회인으로서 인생의 출발점에서 환경과 조건에 의해 앞으로의 성패가 크게 좌우되는 것이다. 하지만 초반포석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크게 낙담하거나 '헬조선'이란 말로 자포자기하면 안 될 것이다.

이미 놓여 있던 자신의 돌들이 아무리 1선(사망선), 2선(패망선)에 놓여 있더라도 바둑과 마찬가지로 무수한 기회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무수한 기회는 초반 포석을 빌미로 다른 이를 탓하거나 자학하는 사람은 무수한 기회가 왔음에도 이를 알아채지 못한다. 축에 몰려있어 다 잡혔다 생각하겠지만 기사회생의 축머리는 보지 못하는 하수에 불과하다. 고수에 대한 질시와 탓만 하는 이가 어찌 인생의 바둑에서 승리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포석을 다시 짜자. 싫어했던 사람을 보기도 하고 먹기 싫었던 음식을 먹어도 보는 것이다. 기억하기 싫었던 것도 끝까지 밀고 들어가 그 싫었던 기억조차 남김없이 복기(두었던 바둑을 처음부터 놓아보는 일)하며 관찰해보라. 그 사람이 진정 싫었는지, 그 음식이 정말 몸에 맞지 않는지, 기억하기 싫었던 장면 너머에서 자신을 당겨 안아주어라.

이번 13강에서는 총보(바둑의 수순을 끝까지 기록한 대국보·사진)를 한 편 싣는다.

먼저 번호순대로 찾고 나중에 바둑판에 놓아 보았으면 한다. 숨은그림찾기 같기도 할 것이고 궁금한 내용도 적지 않으리라.

하지만 하기 어려운 것, 하기 싫었던 것을 하면 인생이 바뀌고 바둑이 바뀌리라. 독자들께서 이 대국보를 끝까지 놓아보는 자체로 기력(바둑 실력)이 크게 느시리라 믿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