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센터 건립...지원 허브 역할 부여 통합서비스 제공해야
도시재생과 함께 추진...노후주택, 공유주택으로 돌봄정책과 연계도 강화
보호종료 아동 주거...상황별 맞춤형 지원 지자체 차원서 가능

주거복지 사각지대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려면, 주거복지 지원 체계가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 주거 지원과 복지에 대한 지역민들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지자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자체는 단순히 주거 관련 정책을 전달하고 이행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숨어 있는 주거 복지 수요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 또 주거복지 정책들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자체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도 함께 역량을 모아야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거복지 전담부서 설치와 민관협력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등을 주문했다. 당장 주거지원과 복지를 위한 대응이 어렵다면, 단기적으로 추진 가능한 대안도 제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진미윤 박사,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김경영 의원, 아동복지시설 공동생활가정 꿈놀이터 이광원 원장을 만나 지역 맞춤형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 필요한 대책이나 방안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박사
▲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박사

◇주거빈곤층 주거권 왜 보장해야 하나 = 진미윤 박사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한 측면에서 공공의 책임을 강조했다.

진 박사는 "주거 빈곤층 대부분은 가정 해체나 경제 파탄 등으로 가족 자원에 의존할 수 없는 사람들로 홀로 서기가 매우 어려운 처지"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이들이 오랫동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정상적인 생애 사다리, 소득 사다리, 주거 사다리에 올라탈 기회를 얻게 해줘야 한다. 주거가 안정되면 삶도 안정된다"고 설명했다.

김경영 도의원은 주거권을 단순히 주택 소유권을 넘어 '하나의 권리'로 주거 개념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인간의 삶과 비껴갈 수 없는 주거는 삶의 질과도 직결될 만큼 중요하다"라며 "사실 국제사회에서는 주거권이 아주 중요한 인권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거라는 게 투자,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광원 원장은 보호종료 아동의 주거 불안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맞춤형 주거 지원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만 열여덟 살에 시설을 퇴소한 보호종료 아동은 갈 곳도 취업할 곳도 없어 '빈곤의 악순환'에 시달린다. 불안한 주거와 열악한 환경으로 아이들은 좌절하게 되고, 그 좌절감이 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지 모른다"며 "이로 말미암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담부서 '주거복지과' 신설 필요 = 주거복지 관련 정부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려면, 먼저 주거복지 업무를 총괄하는 '주거복지 전담부서'가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수요자 중심의 종합적인 주거복지 정책을 펼치려면 '주거복지과'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박사는 "주거복지는 노동집약적 분야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야 하고 뭐가 필요한지 들어야 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대면접촉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 행정 조직은 중앙의 여러 부처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을 분절된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담부서를 만들어 주거복지 정책을 하나로 묶어 공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도 지역 내 주거복지 업무를 총괄하는 별도의 행정라인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현재 주거복지와 주거지원 업무는 다양한 실·과에 분산돼 있어 서비스 이용이나 접근이 불편하다"며 "특히 지역 밀착형 주거복지 지원 정책을 총괄 수립해 시행하는 데 상당한 한계가 있다"고 행정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주거복지 정책과 사업 이해도를 높이고 추진력을 담보하려면 '주거복지 전담부서' 설치는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 김경영 경남도의원
▲ 김경영 경남도의원

◇"민관 네트워크 구축해 소외 계층 발굴해야" = 주거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행정 조직만이 능사는 아니다. 법적 테두리 밖에 있는 사각지대 대상자를 중점적으로 조사·발굴하려면 무엇보다 민관 협력체계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민간과 활발한 협업을 통해 주거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주거 취약계층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박사는 "주거빈곤층은 여러 가지 이유로 숨어 사는 이들이 많다. 도움이 가장 절실하면서도 자신의 상태를 알리기를 꺼린다"며 "행정은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지역 현장 활동가와 협업해 업무를 분담해서 지원 사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관 상설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관 상시 지원을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 주거복지센터 건립을 제시했다.

진 박사는 "주거복지센터를 건립해 주거복지 지원을 위한 허브를 만들고 민간 활동가, LH의 주거복지 지사와 연대해 부처마다 단일 서비스가 아닌 통합된 하나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 역시 지자체, 전문가, 주민 등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을 강조했다. 특히 주거복지와 사회복지를 연계한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지역사회 단위에서 주거복지 대상자를 발굴하고 지역사회에서 활용 가능한 각종 자원을 개발해 연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종합적으로 주거복지 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는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의원은 주거복지정책 기획에서부터 지역 주민과 민간의 참여를 촉구했다. 주거복지 전달체계에서 민간부문의 참여와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주민의 요구에 대한 반응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 이광원 꿈놀이터 원장
▲ 이광원 꿈놀이터 원장

◇지역 맞춤형 주거복지 어렵다면? = 지자체 차원의 주거복지와 주거지원을 강화하려면, 조직 개편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당장 지역 맞춤형 주거복지 사업 추진이 어렵다면, 단기적 대안으로 주거빈곤층 지원을 공식화하는 방안도 있다.

진 박사는 지자체가 학교, 기업, 각종 재단, 관련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주거복지 화합의 날'을 정하는 것을 사례로 들었다.

진 박사는 "프로보노(공공의 이익을 위한 재능기부) 활동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등을 연계해 주거빈곤층 지원을 선포 혹은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자체가 직접 지원하지 않더라도 멍석을 깔아서 모이도록 해주고 홍보만 해줘도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주거복지와 도시재생을 연계해 지역공동체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주택 공급이라는 게 대규모 재정이 필요하다. 예산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한다면, 노후 주택을 활용해 공유주택 형태로 가는 것도 주거복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도시재생과 주거복지는 더는 별개의 개념이 아니다. 주거복지와 도시재생, 지역사회 통합 돌봄 정책과 융복합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보호종료 아동의 실질적 자립을 위한 지자체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보호종료 아동 실정에 맞춰 '차별 없는' 주거복지를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원장은 "자립 지원금, 보증금 등 주거지원 제도가 있지만 당장 집이 필요한 아이들의 현실과 괴리가 크다. 아이들 상황에 맞춘 세심하고 개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며 "올해부터는 보호종료 아동에게 자립수당 외에도 원룸형 청년매입임대주택을 제공한다. 보호종료 아동들에게 왜 항상 최저 기준만 이야기하느냐. 같은 돈이라면 이들에게 원룸이 아닌 투룸 등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경남도가 경남 출신 수도권 유학생 기숙사인 남명학사 서울관을 개관해 운영 중이다"며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어도 여건상 못 가는 보호종료 아동이 많다. 이들을 위한 주거 공간 지원이 어렵다면, 주거 마련을 위한 지원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 지방분권 시대에 지자체 차원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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