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아름다운 자연에 반하고
함양 정여창 생가 웅장함에 놀라고
합천 해인사 유물들 만나고

경상남도교육청이 지원하고 경남도민일보가 진행하는 '청소년 우리 고장 사랑 역사문화탐방'이 올해로 일곱 해를 맞았다. 학교는 지역적인 것보다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것을 주로 가르친다. 자기가 몸담고 사는 지역은 알아볼 기회가 드물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지역 학생들과 찾는 까닭이다. 지역을 살피고 보고 만지면 아끼는 마음도 생기게 마련이다. 모두 서른 학교(공동체)가 참여하여 열두 개 시·군을 탐방했다.

▲ 하동 쌍계사 범종루에서 창원여고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하동 쌍계사 범종루에서 창원여고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훤주 기자

◇지리산이 빚은 하동

하동은 하늘채아파트작은도서관(6월 2일) 창원여고(6월 6일) 신어중(7월 6일) 마산중앙고(10월 19일)가 찾아 최참판댁~쌍계사~화개장터를 둘러보았다.

최참판댁이 먼저 있었고 소설 <토지>가 나중에 지어졌다고 여기기 십상이지만 사실은 반대다. <토지>가 유명해져 TV드라마 제작이 잦아지니까 최참판댁을 드라마 세트장으로 지었다. 소설에 나오는 그대로 안채·사랑채 등을 제대로 앉혔다. 주어진 미션은 <토지>에 관한 것과 한옥 구조에 관한 것으로 구분된다. 안채와 사랑채가 어떻게 다른지 찾아보고 최참판이 목숨을 잃은 초당에 가서 사진 찍기 등이다.

쌍계사도 미션 수행을 통해 스스로 둘러보게 하였다. 진감선사대공탑비와 설명, 목어와 마애불 같은 특징적인 몇몇을 사진에 담는 정도다. 그러고는 인상깊은 건물이나 물건을 골라 자세히 그리기를 하고 궁금한 것을 찾아 질문을 만들면 된다.

최치원이 비문을 지은 대공탑비는 1000년 넘는 세월을 살아남아 국보가 되었다. 목어는 운판·범종·법고와 함께 사물을 이룬다. 운판은 구름 모양이고 목어는 물고기 모양이다. 범종은 쇠로 만들고 법고는 소가죽으로 만든다. 제각각 허공과 물속과 땅속에 있는 생령들 그리고 가죽을 걸친 생령을 제도한다. 마애불은 부처님이 아니라 어린아이다. 볼이 탱글하고 입이 생글거린다. 쌍계사가 수수하고 소박하게 여겨지는 까닭이다.

화개장터는 김동리 소설 <역마>의 배경이다. 하동의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이 김동리 손을 거쳐 예술로 승화되었다. 지금 학생들도 하동의 아름다움을 잘 담아두면 나중에 어쩌면 소설은 아니고 웹툰이나 게임으로 나타날 수 있다.

▲ 함양 정여창 고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경남꿈키움중 학생들.
▲ 함양 정여창 고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경남꿈키움중 학생들. /김훤주 기자

◇선비의 고장 함양

함양은 11월 20일 경남꿈키움중학교가 정여창 고택~남계서원~동호정~상림숲을 둘러보았다. 함양은 선비의 고장이고 시작은 사림의 원조 김종직이다. 1471~75년 군수로 있으며 함양을 새롭게 하고 백성들 삶을 넉넉하게 하였다. 다른 보람도 있었다. 배움을 청하며 찾아오는 선비들이었다. 정여창은 그런 선비들 가운데 단연 돋보였다고 한다.

정여창은 1494년 안의현감을 지내면서 선정을 베풀었다. 안의가 지금은 함양의 일부다. 1498년 무오사화로 함경도 종성으로 귀양을 갔고 1504년 숨을 거두었다. 정여창은 김종직과 관계만 부인하면 고초를 겪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스승에게서 배운 바 의리를 일신의 안일과 바꾸지 않았다.

정여창 고택은 죽음조차 꺾지 못한 드높은 의리와 절개를 구현하고 있다. 사랑채의 높은 축대와 우람한 건물이 대표적이다. 후손이 정여창 사후 100년 지나 지었다.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도 나왔다. 왼쪽 굽은 소나무와 한가운데 곧은 잣나무도 그럴듯하다.

남계서원은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영주 소수서원에 이어 두 번째 서원이지만 관이 아닌 민이 주도했다는 점이 다르다. 함양 선비들이 스스로 나서 남계서원을 세우고 정여창을 모셨다. 남계서원은 단정하고 소박하다. 들머리 풍영루에 오르면 전체가 눈에 든다. 교실 명성당, 동서에 기숙사 양정재·보인재, 아래에 두 연못, 저 너머로 정여창을 제사 지내는 사당이 있다.

함양은 산도 좋고 물도 좋고 정자까지 좋다. 정자에서 보는 개울 풍경도 멋지고 개울에서 보는 정자 풍경도 멋지다. 동호정에 오르면 너럭바위와 물줄기가 귀와 눈을 즐겁게 한다. 징검다리를 지나 너럭바위를 거쳐 솔숲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는데 다들 신이 났다.

상림은 함양태수 최치원이 조성한 마을숲이다. 1100년 전 홍수 방지 시설이 지금은 함양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보물이 되었다. 선대가 좋은 마음으로 남긴 숲을 후대가 없애지 않고 잘 가꾼 것만으로도 큰 복을 받았다.

▲ 합천 영암사지 서금당터에서 귀부를 쓰다듬고 있는 함양여중 학생들.
▲ 합천 영암사지 서금당터에서 귀부를 쓰다듬고 있는 함양여중 학생들. /김훤주 기자

◇남명 조식의 고향 합천

합천은 함양고(5월 26일) 함양여중(6월 13일) 창원남중(7월 4일) 진주고(11월 10일) 문성고(11월 16일)가 찾아 용암서원·뇌룡정~영암사지~해인사를 둘러보았다.

뇌룡정은 남명이 제자를 가르친 곳이고 용암서원은 남명이 세상을 떠난 뒤 제자들이 스승을 기리려고 세웠다. 용암서원에서 '남명 조식 도전! 골든벨'도 하고 대문 앞 빗돌에 새겨진 을묘사직소에서 남명의 정신과 자세를 짚은 다음 뇌룡정으로 옮겨갔다.

뇌룡정에는 왼쪽 오른쪽 기둥에 다섯 글자씩 적혀 있다. '시거이룡현(尸居而龍見)' '연묵이뢰성(淵默而雷聲)'. 평소에는 시체처럼 지내거나(尸居) 연못처럼 가만있다가(淵默), 일이 생기면 용처럼 나타나고(龍見) 벼락같이 소리쳐라(雷聲). 망우당 곽재우가 대표적인데 초야에 묻혀 있던 제자들이 임진왜란을 맞아 죽음을 무릅쓰고 떨쳐 일어난 배경에 이런 가르침이 있었다.

영암사지에서는 감탄이 자연스럽다. 망한 절터인데도 너무 멋지다. 둘러싼 모산재도 씩씩하고 갖은 유적들도 밝고 환하다. 돌계단은 2m가 넘는데도 한 덩어리 통돌이다. 학생들은 쌍사자석등에서 사자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차가우면서도 매끈한 촉감을 즐기고 서금당터에서 거북등을 만지면서 구름무늬 꼬리 모양 등딱지 모양 물고기 무늬를 눈에 담았다.

해인사에서는 장경판전 대문·대적광전 정면·국사단 현판 등 사진 찍기와 인상깊은 하나를 골라 자세히 그리기, 궁금한 것 질문 만들기를 미션으로 내었다. 이 절간이 품은 아름다움과 특징을 하나라도 마음 깊이 간직하게 하기 위해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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