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를 맛있게 만드는 그 가게를 안 건 지난 9월이었다. '점심특선 김치찌개 5000원, 낮 12시~오후 3시까지'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린 곳이었다. '5000원'이라는 가격에 혹해서 한 번 들렀는데 김치찌개 맛에 혹해버려 즐겨 찾는 가게가 됐다.

주인아주머니는 혼자 일하셨다. 손님이 알아서 반찬을 챙겨야 하는 게 이색적이었다. 아주머니는 인건비를 아끼고자 4월부터 종업원을 두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그 대신 김치찌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거라고 설명하셨다.

아주머니와 대화는 거의 대부분 단편적으로 이뤄졌지만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가게 장사가 살림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것, 경기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 등.

손님이 없다는 말은 으레 하시는 말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달 초 들었을 땐 느낌이 조금 달랐다. 겨울철이어서 밖에 사람이 없다며, 어제 저녁에는 테이블이 텅텅 비었다고 내뱉듯 말씀하신 날이었다. 사채를 써서 장사를 했는데 남는 게 없어 접어야 할 판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농담 반 진담 반 일주일에 3~4번 오겠다며, 제가 책임지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주인아주머니는 아무런 말씀을 안 하셨다.

이후 가게를 찾았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하루이틀 문이 닫힌 적이 있었던 터라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몇 번이고 찾아가도 불은 꺼져 있고, 주말에도 문을 열지 않고 있어 걱정이 된다.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경기가 안 좋다는 말, 손님이 없다는 말…. '으레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그 말의 무게감을 다시금 생각한다, 감히 가늠할 수 없는 그 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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