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따라 연고 없는 산청 정착
농촌 가능성 확인 "블루오션"
한옥민박 운영·가공식품 개발
경남 로컬크리에이터 최우수상

지리산 아랫마을 산청군 시천면. 농로를 지나 10분쯤 더 들어가니 작은 한옥 한 채가 나온다. 인근의 고만고만한 시골집 중에서는 단연 눈길이 간다.

이곳의 주인장은 이다혜(29) 씨다. 한옥민박을 직접 운영하는 그는 로컬과 사람을 잇겠다며 사부작사부작 일도 벌이고 있다.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한 '2019 로컬크리에이터사업'에 참가한 이 대표는 최종 발표회에서 지역농가와 협력을 통한 가공식품 개발과 지역민 스토리 등을 제시해 17개 팀 가운데 당당히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 20일 이 대표가 일을 벌이는 '새참곳간'을 찾아 직접 내온 둥굴레차를 한 잔 얻어 마셨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기자를 맞은 건 한옥민박 투숙객이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들은 주인장이 잠시 집을 비웠다며 후다닥 차 한잔을 건넸다. 주인장이 올 때까지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후기를 읽어봤다. 이곳 한옥민박은 '산청잘참'으로 검색하면 나온다. "아침에 나온 누룽지 조식 좋았어요", "삼시세끼를 연상시키는 마당과 대청마루", "한옥민박이라 걱정했는데, 깨끗하고 정갈한 느낌의 숙소였다". 아직 방문객이 많진 않지만 5점 만점에 4.6 정도의 별점을 받는 걸 보니 한 번쯤 와보고 싶다는 충동도 들었다.

서울에서 태어난 이 대표는 산청에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평소 귀촌을 꿈꾸던 부모님이 2009년 어느 날 산청행을 감행했고, 보금자리가 사라진 그도 자연스럽게 산청에 주민등록을 두게 됐다. "부모님이 2009년 귀촌하셨는데 당시 저는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어요. 그러다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는데, 서울에 갈 곳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부모님을 따라 산청에 정착하게 됐어요."

▲ 산청에서 새참곳간을 운영하는 이다혜 대표는 청년농부다. 그는 로컬과 사람을 잇는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이다.  /주찬우 기자
▲ 산청에서 새참곳간을 운영하는 이다혜 대표는 청년농부다. 그는 로컬과 사람을 잇는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이다. /주찬우 기자

인근에 직장도 구했다. 진주국제농식품박람회 사무국과 영농조합에서 일하며 농업과 살짝 가까워졌다.

그러다 평생 한옥 짓는 게 꿈이셨던 어머니 소원이 이뤄지며 이 대표의 나침반 방향도 바뀌었다. 그는 "인근에 철거하려던 한옥이 있어 나뭇값만 주고 분해해 모든 재료를 가져와 새로 집을 지었다"고 했다. 한옥을 민박으로 이용하고, 공용공간도 필요하겠다 싶어 '묘하게 생긴 다이닝룸'(손님 표현)도 만들었다.

이 대표는 "농촌에서 몇 년을 지내다 보니 가능성이 보이는 거예요.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농촌살리기에 공을 쏟고 있는데 아무래도 고령 인구가 많다 보니 새로운 일에 나서길 주저하더라고요. 젊은 사람들이 아직 많지 않아 오히려 저에겐 '블루오션'이다 싶었죠."

그 길로 무작정 배울 수 있는 곳은 다 찾아다녔다. 처음 문을 두드린 곳은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청년농부사관학교다. 청년농부사관학교는 정예 청년 농부를 길러내려고 농협이 만든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대표는 1기생이다. 이를 바탕으로 경남 스타트업 아이디어 고도화사업에도 선정됐고, 지금의 사업 구성도 명확히 했다.

이 대표는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교육을 통해 창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업화도 이룰 수 있게 됐다"면서 "나 혼자가 아닌 지역과 함께 가겠다는 제 계획에 많은 분이 응원을 보내줘 최우수상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왕에게 진상했을 정도로 유명한 산청곶감과 감말랭이, 감식초 등을 전국 각지 플리마켓을 돌며 팔고 있다. 이를 토대로 조만간 쇼핑몰도 열 예정이다. 또, 민박 투숙객을 대상으로 한 공예와 수제 맥주 등 체험형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이 모든 일에는 지역 주민이 함께한다.

이 대표는 새참곳간을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건강한 로컬문화의 대표 주자'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성공'보다는 '행복'을 일구고 싶다는 청년 농부 이다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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