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구역 돌 놓으면 실격패
패배 인정 때도 예의 갖춰야

앞서 설명했다시피 우리나라와 일본바둑에서는 착수금지 규정이 있어 그곳에 바둑돌을 놓는 순간 실격패가 되고 만다. 그러기에 대국자들은 착수금지를 매우 중요한 규칙으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기원이나 동네에서 두는 친선대국의 경우 물리기가 통하지만 경기에서, 특히 체육종목의 하나로서 아시안게임, 전국체전, 도민체전 등에 바둑이 정식종목이 된 만큼 엄격한 적용을 받는다.

그런데 바둑을 직업으로 하는 프로기사의 경우 이런 일이 있었다. 중요한 패의 장면에서 흑을 쥔 대국자가 패를 따냈는데 한참을 장고(오래 생각함)하던 중에 깜빡하고 팻감을 쓰지 않고 바로 따내버리는 일이 있었다. TV대국에서였는데 해설을 맡은 프로기사도 황망한 표정으로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방송을 끝냈다. 백을 쥔 프로기사는 자신이 유리한 장면에서 단 한 수의 잘못으로 패배의 쓰린 고통을 삼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림1>의 패 모양에서 흑1로 백을 따내자 백이 바로 흑1을 따내면 패의 규칙과 착수금지 규칙까지 위반하는 것이다.

▲ <그림1>
▲ <그림1>
▲ <그림2>
▲ <그림2>
▲ <그림3>
▲ <그림3>

한국기원에서 발간한 바둑용어사전에서 착수금지는 특정한 곳에 착수를 금지하는 바둑 규칙의 하나로 정의하고 있다. <그림2>과 <그림3>에서 보는 것과 같이 백의 차례에서 ×의 자리에 백돌을 놓으면 실격패가 된다. 그러나 흑이 두는 것은 손해이지만 반칙은 아니다. 더러 초읽기에 몰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경우 흑이 <그림3>의 ×자리에 두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한 선과 선이 만나는 교차점에 착수해야 하는데 교차점을 너무 벗어나거나 선이 없는 곳에 둔다면 이 역시 착수금지에 해당한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TV로 바둑을 보면 대국이 거의 끝날 무렵이나 중반에 대마가 잡혔을 때, 자신의 사석으로 자신의 집에 놓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는 착수금지의 경우가 아니라 기권, 대국 포기를 뜻한다. 바둑은 말이 없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졌다는 의사 표시조차 입으로 내뱉지 않고 이심전심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대국 포기 의사는 대표적으로 자신의 돌을 우하귀 1선에 올려놓으면 되는데 이미 다른 돌이 있다면 그 위에 포개어 놓는 것(돌쌓기 놀이가 아님)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아울러 사석을 상대에게 돌려주는 것(정리하자는 의미)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번 세계 랭킹 1위의 중국 프로기사가 우리나라 프로기사에게 패하자 욕을 하며 바둑판 위에 와르르 바둑돌을 던진 행위는 대국 포기의 의미를 넘어 예의에 벗어난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행동은 패배를 통해 자신을 담금질하고 성찰시키는 바둑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든 것이다. 아무리 억울하게 졌다고는 하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것(이겼을 때도 마찬가지)이 미덕인 바둑에서 이러한 행동은 다시는 없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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