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커녕 피해자 흉내내는 전범국 일본
우리만 가져야한다는 핵 보유국 이중성

10여 년 전 일본 나가사키에 갔습니다. 나가사키는 서양에 일찍 개항한 곳이라 천주교 전래도 일렀습니다. 그래서 천주교 관련 유적지가 많은 곳입니다.

나가사키는 신앙인으로서, 그리고 관광객으로서 모두 가볼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지난 1945년 8월 9일 히로시마에 이어 두 번째 핵폭탄이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만든 '평화공원'이 유명합니다. 그리고 '평화공원'과 함께 '우라카미 성당'이라는 곳이 핵폭탄의 무서움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곳을 둘러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놀란 이유는 일본인의 야비한 이중성 때문이었습니다. 세상에 핵폭탄은 많지만 실제로 핵폭탄을 맞은 나라는 유일하게 일본이라는 '피해자 코스프레'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피해자 코스프레는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오히려 피해자인 척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일본이 핵폭탄을 맞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왜 맞게 되었는지, 그 원인에 대한 반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군국주의 일본이 핵폭탄이라는 인류 최대의 '귀싸대기'를 맞은 것은,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어리석은 전쟁 놀음과 주변국에 대한 약탈·학살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일본은 전혀 반성할 줄 모르고 있습니다. 오히려 전쟁 가능한 국가로 바꾸려는 야비한 술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일본이 제대로 된 반성을 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 피해국들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도록 기도드립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지난달 핵폭탄 투하지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방문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교황님은 "핵무기와 대량 파괴 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평화와 안정을 향한 희망에 대한 해답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 "무기 제조와 개량은 터무니없는 테러 행위"라고 말씀하시며 핵무기 보유 자체를 범죄행위로 규정하셨습니다. 그리고 핵무기 개발과 보유 등을 금지한 '핵무기금지조약(TPNW)'의 비준 촉구라는 매우 의미 있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기존의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영국의 핵 보유는 불법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국제연합에서 체결된 새로운 '핵무기 금지 조약(TPNW)'에서는 모든 나라가 핵폭탄을 더는 만들지 않으며, 기존 핵폭탄마저 폐기하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우리나라는 핵 우산국으로 핵보유국과 비슷한 처지입니다) 핵을 보유한 나라들은 이 조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가 핵폭탄을 보유하면 안 되고 자신들은 핵폭탄을 두고 있겠다는, 핵폭탄이라는 가장 무서운 대량살상 무기를 둔(미국을 선두로 하는) 자들의 이중성입니다.

우리는 핵폭탄을 보유했다고 자만하는 북한과 다른 나라 핵폭탄을 없애겠다는 미국 사이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 더 가슴에 와닿습니다. 어떤 나라든지 핵폭탄을 다 없애는 그날이 오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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