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목욕탕에 가면 카페 다닌다고 김장도 하러 오지 않는 며느리의 사생활, 눈썹 밑을 찢어 처진 눈을 끌어올린 의학계 신기술 동향 등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그냥' 들린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르신들의 목소리는 한껏 높아진다. 딸이 "엄마, 저번에 우리보고 조용히 하라고 소리친 그 할머니야. 조용히 하라고 말 좀 해줘"라고 귓속말을 해도 엄마인 나는 그 말을 못한다.

황당한 사건도 있다. 30대 남성이 영화관에 갔는데, 뒷좌석에 앉은 10살 아이가 아내 좌석을 발로 찼다고 오해해 아이와 아이 아버지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지난달 6일 재판부는 "10살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커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30대 남성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아이 아버지와 말다툼이 있었다고 하지만, 좌석을 발로 찬 것이 아이를 폭행할 일인가. 심지어 조사 결과 아이는 의자를 차지 않았다.

<겨울왕국2>가 아이·어른 모두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일부 관객이 '노키즈존 영화관'을 주장해 노키즈존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되풀이되는 갑론을박에 '키즈존 확대'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노키즈존이 아니라 차라리 키즈존을 만들어 일부 공간·시간에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관람하는 것이다.

반대로 노키즈존 논란이 되풀이되자 '역풍을 조심하라'는 경고도 나온다. 서울 한 식당이 진상 손님을 거르고자 '49세 이상은 거절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여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노인이 느리고 시끄럽다고 출입을 금지하는 '노시니어존'이 노키즈존만큼이나 확대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없는 시대다. 빨리빨리 재촉하고 목소리가 큰 한국인을 거부하는 '노코리아존'도 먼 일이 아닐 수 있다. 노시니어존이 생겼을 때 "특정 연령대 출입을 금하는 것은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올바른 방법이 아니야"라고 훈수라도 한마디 하려면 어른이(어른+어린이)가 먼저 성숙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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