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파동끼리 만나면 시너지 효과"
똘똘 뭉쳐 생존전략 세워야할 시기

열흘 남짓이면 2019 기해년 올 한 해가 저문다. 새해 첫날이 시작한 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끝에 다다랐으니 광음여류라 했던가? 흐르는 물처럼 너무도 빨리 지나가는 시간이다. 늘 그랬듯이 이맘때쯤이면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는지 나에게 자문해보지만 답변이 궁색하다. 이리 뛰고 저리 뛴 야단법석은 많아 보이는데 내로라할 만한 성과는 눈에 뜨이지 않아 씁쓸할 따름이다.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지난 9월 초에 교수신문이 전국의 대학교수 87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019년 올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源)'을 꼽았다고 한다. 말 그대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올 한 해는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였다. 국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G2 패권전쟁을 위시해서 일본의 수출규제 등 내로라하는 강대국들의 자국 우선주의 사조가 판을 쳐 상호호혜의 원칙에 기반을 둔 세계 경제 버팀목이 위태롭게 되었다. 또한 하루가 멀다고 속속 등장하는 4차 산업혁명에 기반을 둔 와해적 혁신기술과 공유플랫폼 트렌드는 가뜩이나 무거운 우리 경제 발걸음을 채근했다.

그동안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동남아는 모빌리티 혁신을 통해 '동남아의 우버(Uber)'로 불리는 '그랩(Grab)' 모빌리티 공유플랫폼을 구축, 글로벌 전기자동차 회사와의 협력으로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하는 등 발 빠르게 전기자동차 신흥 허브로 급부상 중이다.

국내 사정은 어떠한가? 우리 경제 기반인 수출은 G2 패권전쟁 등 대외 환경악화, 새로운 성장 동력 부재로 뒷걸음친 지 오래다. 그나마 경쟁력 있는 IT 혁신기업들도 각종 규제에 발목이 묶여 미국 등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탈(脫)한국이 한창 진행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저성장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한국경제가 디플레이션 전조를 보이는 등 그야말로 한국경제의 앞날이 더욱 혼미해졌다.

작금과 같은 위기상황에 문제 해결을 위한 상생의 건설적 소통은 온데간데없고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이해집단의 구호만 난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인 혁신기술과 공유플랫폼이 마땅히 설 자리가 없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가마솥에서 서서히 익어가는 개구리처럼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불모의 땅에서 '한강의 기적'을 창조했던 강인한 기업가정신으로 똘똘 뭉친 '다이내믹 코리아'는 어디로 갔는가? 무엇이 우리를 이처럼 맥없게 만들었는가? 야생의 카멜레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자신을 보호하는 생존전략을 구사하거늘 하물며 약육강식·승자독식으로 대변되는 작금과 같은 시대에 앞서나가지는 못하더라도 동참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불가역적인 '티핑포인트'는 이미 우리 곁에 와있으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할 시간이 우리에겐 그리 많지 않다. 진정 우리는 고립된 갈라파고스로 남아있을 것인가?

필자는 최근에 <양자물리학>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양자물리학'이란 용어는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보른(Max Born)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물리학 법칙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거시적인 세상을 설명한다. 양자물리학은 이러한 물리학 법칙이 더는 적용되지 않는 원자·전자·소립자와 같은 사물의 근간인 미시적인 계의 현상을 다루는 분야이다.

영화 내용이 학문으로서의 양자물리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주인공이 말한 "같은 파동끼리 만나면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고, 상상이 현실로 된다"라는 대사를 냉철히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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