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간식계 최강자 군림…팥·슈크림·피자·초코 등 내용물 다양해져 더 인기
노점 찾기 어려워지는 탓 역세권 빗댄 붕세권 유행…배달앱서 전문적 판매도

코끝이 시린 날, 노점에 서서 호호 불며 먹던 붕어빵이 그리운 계절이다. 어렸을 땐 붕어빵을 기다리는 시간도 재밌었다. 흰 장갑을 낀 아저씨가 붕어빵 틀안에 뽀얀 밀가루 반죽을 붓고 그 위에 팥 앙금을 넣은 뒤 뚜껑을 닫는 모습이 생생하다. 고소한 냄새도 좋았다. 과거에는 붕어빵 노점이 많았던 거 같은데 요즘에는 예전 같지 않다. 막상 붕어빵을 사서 먹으려고 하니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회사 앞 노점 문이 닫혀 창원시 성산구 한 붕어빵 노점에서 팥과 슈크림 두 종류의 붕어빵을 샀다. 3개 1000원이었다.

김민지: 배달 어플을 보니 붕어빵도 팔더라. 종류도 팥부터 초코, 치즈, 피자, 크루아상 등 다양하고.

김해수: 진짜요? 요즘에는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파는 노점상을 찾기 힘들던데 배달 어플로 사면 줄도 안 서고 간편하긴 하겠다. 예전에 상남동 스타벅스 부근 노점에서 붕어빵을 사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한 여자가 헥헥거리며 뛰어오더라. 붕어빵 파는 아주머니가 '왜 급하게 오냐'고 묻자 그 여자가 '한마음병원에서 일하는데 붕어빵 사러 여기저기 찾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하더라.

민지: 찾기가 어렵긴 한가보다. 근데 배달 어플은 붕어빵 가격이 좀 나간다. 팥 붕어빵 하나에 1000원이고 7000원 이상 사야 배달 가능하다고 해서 그냥 길거리에서 샀다.

기분 탓인가? 어렸을 때 먹던 붕어빵보다 크기가 작아진 느낌이다. 맛은 우리가 알던 붕어빵 그맛이다. 한 입 베어 먹으니 겉은 '바삭' 속은 '촉촉'했다. 식히지 않고 갓 만든 붕어빵을 봉투에 담아두면 붕어빵이 눅눅해지기 마련인데 이 붕어빵은 찬 공기가 적당히 들어가 마음에 들었다. 팥 앙금도 알갱이가 살아 있어 먹음직스러워 좋았다. 욕심인건가. 다만 속이 꽉 차진 않아 아쉬웠다.

▲ 팥소를 넣은 고전적인 붕어빵. /김민지 기자
▲ 팥소를 넣은 고전적인 붕어빵. /김민지 기자

민지: 어떤 붕어빵을 좋아해? 난 팥을 원체 좋아해서.(웃음)

해수: 슈크림요. 어렸을 때 붕어빵을 먹다가 안 먹는 기간이 있었는데 슈크림이 나오면서 다시 붕어빵을 먹기 시작했다. 나름 획기적이었다. 개인적으로 팥을 별로 안 좋아해 팥빙수는 안 먹는데 이상하게 팥 붕어빵은 그래도 잘 먹는 편이다.

민지: 색다른 붕어빵을 먹어본 적은? 난 상남시장에서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붕어빵을 먹은 적이 있다. 나름 괜찮았던 거 같다.

해수: 경제부 담당 기자일 때 '아이스크림 붕어빵 인기'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지난 2015년 6월 16일 자 기사로 '날씨가 더워지면서 겨울철 '호호~' 불며 먹던 붕어빵 대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붕어빵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내용이다) 밀가루로 만든 붕어빵 틀에 팥, 과일, 시리얼 등 다양한 재료와 아이스크림으로 속을 채워 붕어빵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기가 엄청 많았다. 최근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크림치즈를 넣은 붕어빵을 봤는데 시중에서 팔면 먹고 싶은 마음이 있다.

민지: 편집부 기자가 그러던데 서울에는 민트초코를 넣은 붕어빵도 판다고 하더라.(웃음) 아 참, 붕어빵을 먹을 때 어느 부위부터 먹나?

해수: 난 머리부터 먹는다.

민지: 인터넷에서 봤는데 붕어빵 먹는 방법으로 알아보는 심리테스트가 있더라. 잠깐만 기다려봐.(잠시 후)'머리부터 먹는 사람은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하고 싶은 말은 담아두지 않고 바로 말해야 속이 편하고 화도 잘 내는 편이지만 또 화가 금방 풀리는 스타일이다' 맞나?

해수: 맞는 거 같기도 하고.(웃음)

민지: 난 꼬리부터 먹는데. '꼬리부터 먹는 사람은 사려 깊고 신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꼼꼼하고 인간관계에서 정신적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음음, 난 꼼꼼하지는 않은데(웃음) 뭐 재미로 하는 거니까.

붕어빵을 먹다보니 붕어빵의 원류가 궁금해졌다. 뉴스나 인터넷 정보를 보니 일본의 도미빵(다이야키)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1930년대 도미빵이 한국에 들어와 붕어빵이 됐다는 거다. 윤덕노가 지은 책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를 보면 붕어빵의 모계는 서양의 와플이고 부계는 동양의 만두다. '관점에 따라서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붕어빵의 원조를 일본의 도미빵에서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중략) 우리나라 붕어빵은 일본 도미빵을 모방해 만든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우리 붕어빵과 일본 도미빵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중략) 붕어빵은 기본적으로 풀빵이다. 밀가루 반죽을 묽게 풀어 빵을 굽는다. 반면 일본 도미빵은 밀가루 반죽에 계란, 설탕 등 갖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윤 작가는 붕어빵은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빵이며 도미빵은 옛날 시각으로 보면 고급재료를 넣어 반죽해 만든 빵이라고 말한다.

민지: 지금 붕어빵 가격이 보통 2∼3개 1000원 한다. 예전엔 얼마 했더라? 하나에 200원 정도 했던 거 같다.

해수: 초등학교 시절 한 개 150원도 했던 거 같은데… 가격이 꽤 올랐다.

민지: 붕세권이라고 들어봤나? 붕어빵 노점을 찾기가 어려우니 붕어빵과 역세권을 합한 '붕세권'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더라.(웃음) 우리 집은 붕세권이 아닌 거 같은데.

해수: 나도. 새삼 붕세권에 사는 사람이 부러워진다.

 

▶대동풀빵여지도
소셜미디어 트위터에서 전국 붕어빵, 잉어빵, 국화빵, 풀빵 등 가게 위치를 표시한 '대동풀빵여지도(@pulppangmap)'가 인기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구글 열린 지도(오픈맵)를 활용해 사람이 직접 노점 위치와 정보를 갱신할 수 있다. 자기 사는 곳 주위에 붕어빵 파는 노점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맛에 관한 내용도 적혀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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