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편의시설 명목으로 수십 곳 조성
과연 의도만큼 효과 있는가 따져봐야

민선 7기 이재근 산청군수 취임 이후 군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하나 있다. 주민 쉼터와 편의시설 조성을 이유로 설치한 정자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 대부분은 자신의 임기 동안 많은 업적을 남기기를 원하며 수많은 사업을 시행한다. 이들 사업 가운데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이 주민들에게 가장 생색내기 좋은 치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차원인지 모르겠지만 이 군수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해 12월 4일까지 조성했거나 조성 중인 정자가 모두 51개다. 사업비만 해도 17억 8700여 만 원에 이른다.

이 군수가 취임 이후에 이렇게 많은 정자를 조성한 것이 짧은 시간 내 치적을 쌓기 위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주민 쉼터가 이렇게나 많이 필요했는지, 또한 주민들에게 얼마만큼 편의를 제공하는지 정확한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행했는지도 궁금하다.

군이 조성한 많은 정자 가운데 최근 산청경찰서 앞 사거리에 있던 옛 산청군재향군인회 건물을 군에서 매입해 건물을 철거하고 1억 3560만 원이라는 사업비를 들여 정자를 설치했다.

이를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 왜 그곳에 1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정자를 설치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런 여론은 정자를 설치하더라도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산청읍 소재지에 정자를 짓는 것이 도시환경과 어울리고, 이 정자를 주민들이 얼마나 이용해 설치에 들어간 예산만큼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군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군은 단성면 남사예담촌에 있는 기산국악당에 교육관과 부대시설 증축 공사를 하면서 4억 6500여만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정자 등을 건립했다. 국악계 큰 스승 기산 박헌봉 선생을 기리는 기산국악당에 들어선 이 정자는 전통국악 5음계 의미를 담은 5각 정자로 '송포정'이라고 이름 붙이고 제막식과 축하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군민이 바라는 숙원사업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군이 굳이 기산국악당 정자를 비롯해 정자 설치에 이렇게 많은 예산을 들일 이유가 있는지, 앞으로 그만큼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행정에서 주민을 위한 쉼터를 만들고 편의 제공을 위한 갖가지 사업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군은 이번 정자 사업을 하면서 위치 선정에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 정말 필요한 곳에 정자가 설치된다면 그 효과가 더 클 것이다.

군이 1년여 사이에 이렇게 많은 정자를 조성했는데 계속해서 정자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 모르겠다. 군이 계속해서 정자 조성 사업을 할 것이라면,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아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이 되기를 바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