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오남용 청소년 급증
유해약물 예방교육 강화를

해마다 11·12월은 행정사무감사와 다음 연도 예산심사 등으로 도의원들이 가장 바쁜 시기이다. 늦은 시각 의원연구실을 나와 집으로 가면서 창원 시내 번화가를 거닐 때가 있다. 고3 학생들로 보이는 청소년이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 보였다. 수능 시험을 끝내고 그간 스트레스와 압박감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일견 이해되면서도 슬며시 걱정이 앞섰다.

유해 약물 오남용을 비롯한 청소년 관련 각종 사건·사고가 수능 시험 후 증가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청소년 유해 약물에는 '주세법'에 의한 주류, '담배사업법'에 의한 담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한 마약류, '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한 환각물질 등이 있다.

올해 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클럽 '버닝썬' 사태가 충격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토록 청소년 팬덤을 두고 있고 친근하게 여기는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 복용이 매우 일상적이었다는 점이다.

경상남도의회 정책 프리즘에 따르면, 청소년 마약류 사범은 2013년 58명에서 2017년 119명으로 2배나 늘어나 증가 추세를 보인다. 또한 마약류 중에서도 본드·부탄가스 등 환각물질 흡입 사범은 19세 이하 청소년이 54.6%나 차지하고 있어 청소년 마약 오남용 실태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누군가는 청소년들이 호기심에 한두 번 접해보는 게 위험하면 얼마나 위험하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마약 복용도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다. 중독은 과도한 집착과 심리적 의존을 기본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유해 약물 예방 교육은 등한시되어왔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청소년 유해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음주예방 교육 경험은 57.1%, 흡연 교육은 86.5%에 달하지만, 환각성 물질위험에 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은 30.5%에 불과했다. 그나마 학교에서 한 유해 약물 예방 교육은 약물 전문가나 보건교사가 아닌 인성 교사가 주로 하고 있어서 전문성을 얼마나 담보할지 의문이 든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 7월에 청소년 대상 유해 약물 예방 교육 조례를 제정했다. 청소년,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직원까지 유해 약물 예방 교육을 받음으로써 유해 약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심리적인 의존에 빠지지 않고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갈수록 인터넷이나 SNS를 통한 마약류 구매는 손쉬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 세대는, 그리고 경상남도의회에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을 조례에 담았다. 또한, 온라인에서 나이와 실명을 밝히는 등 본인인증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점점 더 지능화되어가는 유해환경에 비하면 유해 물질에 대한 예방 교육은 '달걀로 바위 치기'로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몸과 마음이 한창 크고 있는 인생 황금기의 청소년들에게 유해 약물이 얼마나 해로운지, 얼마나 순식간에 중독되는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려주는 일까지 어른들이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공지능(AI)과 경쟁하며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들이다.

남명 조식 선생의 경구를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들려준다. 무언가로 마음이 흔들릴 때 자주 외는 문장이다.

"산처럼 우뚝하고 / 못처럼 깊으면 / 봄날의 꽃처럼 환히 빛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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