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의 세계화 콘텐츠 사업이 첫 번째 결실을 보았다. 밀양시는 밀양문화재단과 함께 '밀양아리랑'의 세계화 전략을 위해 국악·트로트재즈·아카펠라·록·클래식, 5개 장르로 재해석한 음원 개발을 추진하였다. 송소희, 숙행, 메이트리, 함춘호와 그의 밴드, 배영미, 전주희 등 각 장르에서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지난 13일 밀양아리랑의 새로운 국악 버전인 송소희의 '설화(雪花)'를 시작으로 16일 아리랑 유네스코세계무형유산 등재 7주년 기념 공연에서 모든 음원이 발표되었다. 밀양아리랑 글로벌 브랜드화는 박일호 시장의 공약이며 취임 직후 추진된 야심 찬 사업이다. 밀양아리랑은 그동안 수없이 다양한 변주가 시도되었지만 여러 개의 음원이 동시에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운 음원들이 밀양아리랑을 현대적으로 변용하면서도 고유의 씩씩하고 강렬한 정서를 잘 드러냈는지 평가받아야 한다. 밀양아리랑은 다른 지역 아리랑의 애절하고 구슬픈 가락과는 차이가 있으며 영남인의 기질이 가락에 잘 구현되어 있다. 그러나 송소희의 설화를 제외하고는 다른 아리랑 민요들의 소극적인 여성상과 구별되는 밀양아리랑 여성 화자의 박력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듯하다. '설화'라는 표제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설화'는 밀양아리랑 가사 중 '동지섣달 (피는) 꽃'을 표현한 것이지만, 눈송이를 뜻하는 사전적 정의와는 차이가 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하여 기존 한자어를 재해석했다고 할 수 있지만, 밀양아리랑이 한겨울에 꽃이 피는 불가능한 가정을 통해 임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나타내는 노래일진대 충분한 숙고의 과정을 거쳤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설화의 예에서 보듯, 기존 문화 콘텐츠에 현대적 색깔을 입히는 일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다.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은 새 콘텐츠를 널리 알리고 많은 이들이 향유하게 하는 일이다. 밀양시는 음원 제작을 통해 첫 고비는 넘겼지만, 세계인에게 새로운 밀양아리랑이 수용되게 하려면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동시대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먼저이며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경남도와 도민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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