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이유 응급수술 불가 공지
병원 "학회 참석과 같은 조치"
내부서도 "잘못된 인식"비판

창원경상대학교병원이 회식을 이유로 응급환자 이송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창원경상대병원은 지난 11일 오후 5시 40분께 창원소방본부에 의료진 부재로 신경외과, 흉부외과, 성형외과 및 중증외상 수술이 불가하다고 알렸다. 그러나 의료진이 없는 이유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확인 결과 3개월 전부터 계획한 송년회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경상대병원은 이날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재난대응 모의훈련을 했다. 재난대응 모의훈련은 병원 인근 공사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다수 사상자가 이송되는 상황을 가정해 이뤄졌다. 이는 직원들의 대응능력을 강화하고자 한 것이다.

김진평 진료처장은 보도자료에서 "재난 발생 시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실전에 가까운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 병원은 지역 내 각종 재난상황을 가정해 매년 모의훈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모의훈련 후에는 송년회를 이유로 일부 진료과의 응급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 창원경상대병원이 회식을 이유로 응급환자를 받지 않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창원경상대병원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 창원경상대병원이 회식을 이유로 응급환자를 받지 않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창원경상대병원 전경. /경남도민일보 DB

◇학회 포럼과 회식은 똑같은 공식 일정? = 창원경상대병원은 송년회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의사가 학회나 포럼에 참석할 때와 동일하게 응급의료전달시스템을 통해 사전에 공지했다고 밝혔다.

병원 홍보실 관계자는 "학회 참석이나 의료진 휴가, 풀베드 때도 환자를 못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진료 차단은 아니며 흉부외과나 신경외과는 팀으로 하는 수술이 많기에 수술이 불가해 응급수술 환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전조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송년회는 오랫동안 병원이 이어온 공식적인 행사다. 병원이 송년회를 하는 것이 잘못인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상대병원 내에서조차 이런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병원의 한 관계자는 학회 참석과 회식을 동등하게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창원경상대병원은 지역공공의료기관이자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병원이라는 점에서 최소 필수 인원은 남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창원경상대병원은 지역민들이 찾을 수 있는 공공병원으로 역할을 다해야 함에도 송년회에 모든 의사들을 참여시켰다"며 "진주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송년회를 학회나 포럼 참석,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풀베드와 같은 특수한 상황과 동일하게 여긴다는 것은 특권의식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종합병원 관계자도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외과에서 송년회 사유로 당직자만 남기고 수술이 불가하다고 소방에까지 알리는 것은 일반적이지는 않다"며 "다만 우리 병원에서도 학회나 공식적 휴가 등으로 의료진이 없는 경우는 야간 응급진료가 불가하다고 사전에 상황을 공유한다"라고 말했다.

◇환자를 위한 병원이 맞나 = 의료소비자시민연대는 회식이나 송년회를 이유로 응급실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병원 응급실이 왜 있는가? 병원은 환자를 위해 있는 공간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환자가 병원을 위해 있는 이상한 사회가 됐다"며 "응급실은 병원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다. 어떤 응급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송년회나 회식 때문에 응급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 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부산 지역 대형병원 의사 ㄱ씨는 "회식을 하더라도 수술이 가능한 팀 정도는 남겨두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경상대병원 인력 규모 등을 고려해야 해 무조건적인 잘못이라고 할 순 없지만 수술을 대비한 필수인원은 병원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경상대병원 관계자는 이날 송년회 논란과 관련해 "응급실 당직의사뿐만 아니라 중환자실 환자 진료를 위해 밥만 먹고 간 의사도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른 직원들 이야기는 다르다. 한 관계자는 "신경외과 의사들은 전부 참석했고, 일부 당직의사는 술에 취해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환자 수용 불가를 소방당국에 통보하고 술을 마신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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